이게 원래 ‘한국 음식’ 아니었어?…원조는 ‘유럽’, 100년 전 일본 거쳐 들어왔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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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유럽 커틀릿의 한국 진화

돈가스
돈가스 / 게티이미지뱅크

돈가스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포크와 나이프로 자르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튀김옷 안에서 육즙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 익숙한 요리가 원래 유럽에서 시작됐고,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건너온 100년 역사의 산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세기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 도입된 서양 요리는 일본식으로 변형되며 독특한 음식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돈가스다.

1960년대 한국에 들어온 돈가스는 밥과 국, 깍두기를 함께 내는 한국식 경양식으로 정착했고, 1990년대 들어 일본식 돈카츠가 역수입되며 시장이 양분됐다. 얇고 소스를 듬뿍 부은 경양식과 두껍고 육즙이 살아있는 일본식 돈가스의 차이를 살펴봤다.

오스트리아 슈니첼이 일본 덴푸라와 만나 탄생

포크 가쓰레쓰
포크 가쓰레쓰 / 게티이미지뱅크

돈가스의 기원은 유럽의 커틀릿(cutlet)이다. 오스트리아의 슈니첼이나 영국의 송아지 커틀릿처럼, 얇게 두드린 고기에 밀가루를 묻혀 튀기는 조리법이 원형이었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는 육식 금지령이 해제되며 서양 요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커틀릿은 일본 전통 튀김 요리인 덴푸라의 조리법과 결합하게 된다.

1895년 도쿄 렌가테이라는 식당에서 처음 선보인 ‘포크 가쓰레쓰’는 밀가루, 달걀, 빵가루 순서로 고기를 코팅한 뒤 깊은 기름에 튀기는 방식이었다. 원래 송아지나 양고기를 썼지만, 일본에서는 돼지고기로 대체됐고 1929년 ‘돈가스’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굳어졌다.

이 덴푸라 방식의 3단 코팅은 지금도 돈가스 조리법의 핵심으로 남아있다. 기름에 튀길 때 고기 표면에 단단한 껍질을 만들어 내부 수분과 육즙을 가두는 셈이다.

안심은 부드럽고 등심은 쫄깃, 175도에서 2분이 적정

히레가츠
히레가츠 / 게티이미지뱅크

돈가스는 부위에 따라 식감이 확연히 다르다. 안심을 뜻하는 히레카츠는 지방이 적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반면 등심을 뜻하는 로스카츠는 저지방 고단백으로 쫄깃하면서도 육즙이 풍부하다. 조리할 때는 고기를 1cm 두께로 자른 뒤 고기망치로 두드려 1.5~2cm로 펼치는 게 기본이다.

밀가루를 묻힌 후 달걀물에 담갔다가 빵가루를 입히는데, 이때 습식 빵가루를 사용하면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식감을 만들 수 있다.

튀김 온도는 175~180도가 적정이며, 고기를 넣으면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 기포가 사라질 때까지 2~3분간 튀기면 된다.

기포가 사라지는 순간은 고기 내부 수분이 증발하며 조리가 완료되는 신호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고기가 건조해지고, 너무 일찍 건지면 덜 익은 상태가 되는 셈이다.

432시간 숙성 돈가스, 고급화로 미식 철학 추구

돈가스 고기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1960년대 한국에 들어온 돈가스는 얇게 펼친 고기에 소스를 듬뿍 부어 밥과 함께 먹는 경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고 국과 깍두기를 곁들이는 방식은 서양 요리를 한국화한 대표 사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일본식 돈카츠 전문점이 늘며 시장이 양분됐다. 일본식은 2~3cm 두께의 두꺼운 고기를 소스에 찍어 먹고 양배추 채를 함께 내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고급화 추세가 두드러진다. 수십 시간에서 수백 시간까지 저온 숙성한 고기를 사용하거나, 제주 흑돼지 같은 프리미엄 품종을 쓰는 식당이 늘고 있다.

돈가스
돈가스 / 게티이미지뱅크

432시간 숙성 돈가스처럼 극단적 사례도 등장했다. 고기 내부의 미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열에 반응하며 갈색으로 변하는 걸 완벽히 익은 상태의 지표로 삼기도 한다. 단순히 튀기는 요리를 넘어 고기 본연의 맛을 탐구하는 미식 철학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돈가스는 유럽 커틀릿에서 시작해 일본 덴푸라 조리법과 결합한 음식이다. 밀가루, 달걀, 빵가루 3단 코팅으로 육즙을 가두고, 175도에서 2분간 튀기면 바삭한 식감을 만들 수 있다. 안심은 부드럽고 등심은 쫄깃한 식감을 주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얇은 경양식과 두꺼운 일본식이 공존하지만, 최근에는 수백 시간 숙성이나 프리미엄 품종을 쓰는 고급화가 진행 중이다.

생돼지고기를 조리할 때는 반드시 75도 이상 가열해야 하며, 세척은 2차 오염 위험이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밥과 국, 깍두기를 함께 내는 한국식 조합은 서양 요리의 한국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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