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떡국, 일본에선…12월 31일 자정 직전 그릇 다 비워야 한다는 ‘해넘이 음식’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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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에 담긴 장수 염원
1814년 기록된 토시코시 소바 풍습

토시코시 소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12월 31일 밤, 일본 가정의 70%는 메밀국수 한 그릇을 먹는다. 토시코시 소바(年越し蕎麦)라 불리는 이 풍습은 단순한 야식이 아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의식이다.

가늘고 긴 면발에는 장수를 바라는 마음이, 툭툭 끊어지는 성질에는 액운을 끊어내려는 염원이 담겨 있다. 약 800년 전 절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바모치를 나눠준 것이 기원이라는 설이 있지만, 에도 시대 중기에 대중화됐다는 기록이 더 명확하다. 왜 일본인은 한 해의 마지막 밤에 소바를 먹는지 알아봤다.

1814년 오사카 기록에 남은 소바 풍습

토시코시 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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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시코시 소바의 기원은 가마쿠라 시대(약 800년 전)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이 있다. 하카타의 한 절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바모치를 대접했는데, 이를 먹은 사람들의 운이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대중적인 풍습으로 자리 잡은 것은 에도 시대 중기로 보는 게 정확하다. 1814년 『오사카 번화 풍토기(大阪繁花風土記)』에는 섣달그믐 소바를 먹는 풍습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이 덕분에 19세기 초반에는 이미 전국적으로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에도 시대 당시에는 메밀을 먹으면 에도병을 피한다는 민간 신념도 있었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당대의 믿음이었다.

가늘고 긴 면발에 장수 염원 담았다

소바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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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를 먹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상징에서 비롯된다. 첫째, 가늘고 길게 뽑아낸 면발처럼 수명이 길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장수 염원이다. 둘째, 메밀 면은 다른 면 요리에 비해 툭툭 잘 끊어지는데, 이는 묵은해의 액운과 불행을 끊어낸다는 의미를 지닌다.

셋째, 금세공인들이 흩어진 금가루를 모을 때 메밀가루를 사용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금운 상징이다. 이 과정에서 메밀은 재물을 끌어모으는 식재료로 인식됐다.

세 가지 상징이 합쳐져 토시코시 소바는 새해에도 몸이 건강하고 운수가 좋기를 바라는 일본인의 염원을 담은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키나와는 밀가루, 가가와는 우동으로 대체

우동
우동 / 게티이미지뱅크

토시코시 소바는 지역마다 변형된다. 오키나와에서는 메밀 대신 밀가루 100%로 만든 오키나와 소바를 먹는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메밀가루 30% 이상 포함 시 ‘소바’ 명칭 사용을 허용하지만, 오키나와 소바는 예외로 인정받았다.

반면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가가와현에서는 소바 대신 우동을 그릇에 담아 해를 넘긴다. 홋카이도나 교토 등 일부 바닷가 마을에서는 청어, 연어, 방어 같은 생선을 토핑으로 얹기도 한다.

이렇듯 토시코시 소바는 전국 공통의 풍습이지만, 각 지역의 식재료와 입맛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되는 유연성을 지녔다.

자정 전 완식 못 하면 금운 달아난다는 속설

토시코시 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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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시코시 소바는 12월 31일 중 자정 전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밤에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제야의 종이 울리기 전인 31일 밤 안으로 반드시 모두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만약 새해에 넘어가서 먹으면 새해에 들어올 금운이 달아나거나 운수가 나빠진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자정이 가까워지면 서둘러 소바를 비운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라멘이나 편의점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었지만, 여전히 약 60~70%의 가정이 토시코시 소바 풍습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에도 지켜지는 이 규칙은 일본인의 연말 정체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토시코시 소바는 8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일본의 연말 풍습이다. 가늘고 긴 면발에는 장수 염원이, 끊어지는 성질에는 액운 단절의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지역마다 밀국수나 우동으로 변형되지만 자정 전 완식 규칙은 공통적이다.

오키나와는 메밀 없이 밀가루만 사용하고, 가가와는 우동을 선택하지만 모두 같은 염원을 공유한다. 31일 자정 전에 먹지 못하면 금운이 달아난다는 속설도 있다. 약 70%의 일본 가정이 여전히 이 풍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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