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이 집착한 이유”… 귀족의 식탁에서 대중까지 내려온 ‘트러플’의 비밀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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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트러플과 블랙 트러플의 결정적 차이

트러플
트러플 / 게티이미지뱅크

파스타, 감자튀김, 과자까지 이제는 대중적인 식재료가 된 트러플(Truffle, 송로버섯). 고급스러운 풍미의 대명사로 여겨지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트러플 제품의 향이 진짜 트러플에서 온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러플 오일의 경우, 대부분의 제품은 실제 트러플 없이 인공적으로 향을 만들어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진짜 트러플의 세계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복잡하다.

진짜와 가짜, 트러플 오일의 두 얼굴

트러플오일
트러플오일 / 게티이미지뱅크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다수의 트러플 오일은 올리브 오일에 ‘트러플 향(truffle flavor)’을 첨가해 만든다. 문제는 이 향의 정체다. 많은 제품이 실제 트러플에서 추출한 성분이 아닌 ‘2,4-디티아펜탄(2,4-dithiapentane)’이라는 합성 화합물을 사용한다.

이 화합물은 트러플 향의 핵심 분자 중 하나로, 석유나 메탄 가스에서 유래한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만든다. 제품 성분표에 ‘트러플향’ 또는 ‘합성향료’라고만 표기되어 있다면 이러한 합성 제품일 확률이 높다.

물론 실제 트러플 조각을 오일에 담가 향을 우려낸 ‘인퓨즈드(infused)’ 오일도 존재한다. 하지만 트러플의 향은 지용성이 아니어서 오일에 잘 녹아들지 않고 향이 금방 사라져, 소량의 트러플 조각은 장식적인 의미가 큰 경우가 많다.

진짜 트러플의 복합적이고 섬세한 향을 오일에 온전히 담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진짜 트러플을 사용한 제품은 가격이 매우 비싸고 유통기한도 짧다.

‘땅속의 다이아몬드’ 종류와 가치

화이트 트러플
화이트 트러플 / 게티이미지뱅크

진짜 트러플은 인공 재배가 극히 어려워 희소성이 매우 높으며, ‘땅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린다. 트러플은 크게 화이트 트러플과 블랙 트러플로 나뉘며, 그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최고로 인정받는 것은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알바(Alba) 지역에서 9월부터 12월까지 채취되는 화이트 트러플이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마늘, 사향, 꿀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며, 열에 약해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얇게 썰어 요리 위에 얹어 먹는다.

가격은 kg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며, 2024년 홍콩 경매에서는 약 900g짜리 한 덩이가 2억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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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블랙 트러플 중에서는 프랑스 페리고(Périgord) 지역의 겨울 블랙 트러플(Tuber melanosporum)을 최고로 친다. 11월부터 3월까지 수확하며, 흙냄새와 코코아, 견과류의 진하고 깊은 풍미를 지닌다.

화이트 트러플보다 열에 강해 소스나 페스토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가격은 화이트 트러플보다 저렴하지만 여전히 1kg에 수백만 원을 넘는 고급 식재료다.

돼지에서 개로, 하이테크 탐사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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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 탐사견 / 게티이미지뱅크

트러플은 땅속 5~30cm 깊이에서 자라 사람의 눈으로는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후각이 발달한 암퇘지를 이용해왔다.

트러플의 향이 수퇘지의 페로몬인 ‘안드로스테놀’과 유사하여 암퇘지들이 본능적으로 트러플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돼지는 식탐이 강해 찾아낸 트러플을 먹어치우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에는 훈련이 용이하고 트러플을 먹지 않는 개를 주로 이용한다. 특히 이탈리아의 ‘라코토 로마뇰로(Lagotto Romagnolo)’ 품종은 ‘트러플 견’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수년간의 전문적인 훈련을 통해 특정 트러플의 향만을 구별하여 찾아내는 하이테크 탐사견으로 활약한다. 이들의 몸값은 수천만 원에 이르며, 트러플 사냥꾼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귀족의 식탁에서 대중의 식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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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을 올린 요리 / 게티이미지뱅크

트러플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으로 미식의 반열에 오른 것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이 프랑스 왕가로 시집가면서 프랑스에 트러플을 전파했고, 루이 14세와 같은 미식가 군주들의 사랑을 받으며 유럽 귀족 사회의 최고급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은 트러플을 “주방의 다이아몬드”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오늘날 트러플의 향이 대중화된 것은 역설적으로 합성 향료 덕분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천 년간 이어진 귀족과 미식가들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트러플의 대중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미식의 경험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야 하는 과제도 안겨주었다. 대부분의 트러플 가공품이 주는 자극적인 향은 실제 트러플이 가진 섬세하고 복합적인 풍미의 일부에 불과하다.

트러플 오일의 성분표를 확인하는 작은 습관은 합리적인 소비의 시작이며, 나아가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땅속의 다이아몬드’의 진짜 가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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