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밥상 단골이었던 귀한 산나물 ‘왜우산풀’의 식용과 약용 가치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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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치’라 불리는 독특한 향
동의보감 속 효능과 독초 구별법 및 안전한 섭취법

왜우산풀
왜우산풀 / 국립생물자원관

여름의 열기가 한풀 꺾이고 산중의草木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8월 말, 봄날의 미식가들을 설레게 했던 한 산나물을 돌아본다.

해발 700미터 이상 고산지대 양지바른 곳에서 거대한 우산처럼 하얀 꽃을 피웠던 식물, 바로 한국 고유종인 왜우산풀(Pleurospermum kamtschaticum)이다.

강원도에서는 누룩치 또는 누리대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이 나물은, 깊은 산이 내어주는 귀한 선물인 동시에, 정확한 지식 없이는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될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가장 중요한 첫걸음, 독성 이해와 독초 구별

왜우산풀
왜우산풀 / 국립생물자원관

산나물 채취의 제1원칙은 안전이다. 왜우산풀을 대할 때 이 원칙은 더욱 중요하다. 놀랍게도 왜우산풀은 너무 어린 순과 뿌리에 미량의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산나물이 어릴수록 부드럽고 좋다는 통념과 정반대이므로, 반드시 어느 정도 성장해 잎이 활짝 펼쳐진 순을 채취해야 한다.

왜우산풀
왜우산풀 / 국립생물자원관

더 큰 위험은 바로 독초와의 혼동이다. 왜우산풀이 속한 산형과(Apiaceae) 에는 당귀, 천궁처럼 유용한 식물도 많지만, 독미나리, 지리강활, 삿갓나물 등 맹독을 지닌 식물 또한 다수 포진해 있다.

잎 모양만으로 이를 완벽히 구별하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확신이 없다면 절대 채취하지도, 섭취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철칙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풋내 대신 남는 깔끔한 향, 왜우산풀을 맛보다

왜우산풀 고추장 무침
접시에 담긴 왜우산풀 고추장 무침 / 푸드레시피

엄격한 안전 수칙을 통과한 왜우산풀은 그 어떤 산나물과도 다른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풋내는 거의 없지만, 샐러리나 연한 당귀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향긋함과 쌉쌀한 끝맛이 일품이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낸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면, 질기지 않으면서도 아삭하게 씹히는 최상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추천하는 조리법은 새콤한 고추장 무침이다. 데친 왜우산풀에 고추장, 식초, 다진 마늘,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향긋한 나물과 양념의 조화가 입맛을 돋운다.

과거 육류 소비가 귀했던 시절, 고기의 누린내를 잡고 소화를 돕는다 하여 함께 곁들여 먹기도 했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뿌리의 쓰임새

왜우산풀
왜우산풀 / 국립생물자원관

왜우산풀의 가치는 밥상을 넘어 약재로도 이어졌다. 조선시대 의서인 동의보감 탕액편(湯液篇)에는 왜우산풀이 ‘노릿대(蘆릿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어혈을 풀고 허리와 무릎 통증을 멎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어, 예로부터 뿌리를 진통, 소염, 구충 등의 목적으로 활용했음을 짐작게 한다.

하지만 이 약성 좋은 뿌리의 무분별한 채취는 왜우산풀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원뿌리를 캐내면 개체가 고사하기 때문에, 나물로 즐길 때도 반드시 군락의 일부는 남겨두는 지속 가능한 채취의 지혜가 필요하다.

꽃이 지고 열매가 익어가는 지금, 우리는 왜우산풀의 맛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되새기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앎은 맛의 깊이를 더하고, 안전은 자연을 누릴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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