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급 나물, 박쥐나무 순의 정체와 활용법

봄의 미각을 깨우는 나물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은밀하게 찾는 최고급 식재료가 있다. 깊은 산 속에서 날개를 펼친 박쥐의 형상을 한 잎을 가진 박쥐나무, 바로 이 나무의 어린순이 그 주인공이다.
온라인 시장에서 1kg당 6만 원을 호가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박쥐나무 순은 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박쥐나무는 산지의 숲속에서 드물게 자라는 낙엽 활엽 관목으로, 한반도 전역과 동아시아 온대 지역에 분포한다.
7~20cm에 달하는 큼지막한 잎이 3~5갈래로 갈라진 모습이 독특하며, 특히 거제도나 제주도 등 남부지방에는 잎이 단풍잎처럼 더 깊게 갈라지는 희귀종 ‘단풍박쥐나무’가 자생하기도 한다.
이 귀한 나무에서 봄철 아주 짧은 기간에만 얻을 수 있는 여린 잎이 바로 우리가 찾는 별미, 박쥐나무 순이다.
알싸한 향과 아삭함, 쌈과 장아찌로 즐기는 봄의 맛

박쥐나무 순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풍미와 식감에 있다. 쓴맛은 없으면서도 입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알싸한 향이 일품이며, 데쳐도 무르지 않는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약간의 독성이 있어 생으로 다량 섭취하는 것보다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먹는 것이 안전하고 일반적이다.
가장 간편하게 즐기는 방법은 데친 순을 쌈 채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기름진 돼지고기 수육이나 삼겹살을 싸 먹으면 박쥐나무 순 특유의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며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된장이나 고추장에 참기름, 다진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내면 그 자체로 훌륭한 밥반찬이 완성된다. 하지만 박쥐나무 순의 진가는 장아찌에서 발휘된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순을 된장이나 고추장에 켜켜이 박아두고 1~2주 숙성시키면, 그 독특한 향과 아삭함이 고스란히 담긴 최고의 저장 음식이 탄생한다. 갓 지은 밥 위에 이 장아찌 한 점만 올려도 다른 반찬이 부럽지 않다.
음식에서 약재로, ‘백룡수(白龍水)’의 두 얼굴

박쥐나무의 가치는 미식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방에서는 박쥐나무의 뿌리를 ‘백룡수’라는 이름의 귀한 약재로 사용해왔다.
전통적으로 백룡수는 맛이 맵고 성질이 따뜻하여 몸 안의 차고 습한 기운, 즉 풍습(風濕)을 몰아내는 효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풍으로 인한 반신불수나 사지 마비, 손발이 차고 뻣뻣해지는 증상을 다스리는 데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경락을 잘 통하게 하고 뭉친 피를 풀어주는 작용이 있어 각종 통증 완화에도 쓰였다. 민간에서는 관절통, 신경통, 요통은 물론 무릎이 붓는 증상이나 심신 쇠약에도 박쥐나무 뿌리를 달여 먹거나 술에 담가 복용했다고 한다.
다만, 효능이 뚜렷한 만큼 주의도 필요하다. 임산부나 기력이 쇠한 사람은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희소성이 빚어낸 가치, 지속 가능한 채취의 중요성

박쥐나무 순이 ‘금값’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희소성이다. 깊은 산속, 습한 골짜기 등 제한된 환경에서만 드물게 자생하며, 인공적인 대량 재배가 어려워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기에 여린 순을 채취할 수 있는 시기는 봄철 한때로 매우 짧고, 채취 과정 또한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더해진다.

최근 건강한 식재료와 독특한 맛을 찾는 미식 인구가 늘면서 박쥐나무 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다. 아는 사람만 알던 ‘비밀의 나물’이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수요는 늘지만 공급은 한정적이니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남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연이 내어준 귀한 선물인 만큼, 그 가치를 오래도록 누리기 위한 지속 가능한 채취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쥐나무 순은 단순한 나물을 넘어, 자연의 희소성과 미식의 즐거움, 그리고 전통의 지혜가 한데 어우러진 봄의 진정한 보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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