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가 흔한 들풀이 “천연 비아그라?” 과학이 주목한 ‘벌사상자’의 재발견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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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건강부터 피부·면역까지, ‘벌사상자’의 재발견

벌사상자
벌사상자 / 푸드레시피

여름날 하천가를 거닐다 보면 하얀 눈송이 같은 작은 꽃들을 무리 지어 피워낸 들풀을 흔히 만날 수 있다. 바로 벌사상자다.

하지만 이 친숙한 들풀의 이름 뒤에는, 과학적으로 그 효능이 입증되며 남성 건강의 대안으로 떠오른 특별한 약초, 사상자(蛇床子)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두 식물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사상자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이 두 식물은 종종 혼동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것은 벌사상자(Torilis japonica)로, 줄기에 잔털이 있고 독특한 향이 약하다.

반면, 한의학에서 귀한 약재로 쓰이며 최근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는 사상자는 천궁속 식물(Cnidium monnieri)의 잘 익은 열매를 말한다.

중국 약전에서는 이 사상자만을 정품 약재로 인정하며, 동의보감 역시 ‘성기능을 높이고 자궁을 따뜻하게 한다’며 그 효능을 기록하고 있다.

과학으로 증명된 남성 활력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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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사상자 / 국립생물자원관

전통 의학에서 남성의 양기를 북돋우는 약재로 알려진 사상자의 효능은 현대 과학을 통해 그 원리가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핵심은 사상자에 풍부하게 함유된 오스톨(Osthole)이라는 활성 성분이다. 이 성분은 혈관 확장을 통해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국내 한 대학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사상자 추출물은 남성 음경해면체의 이완을 유도하고 혈액 유입을 원활하게 만들어 생식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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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사상자 / 푸드레시피

그 기전은 기존 발기부전 치료제와 유사하다. 사상자 추출물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신호 물질(cGMP)을 분해하는 효소(PDE5)의 활동을 억제한다. 즉, 혈관이 충분히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 덕분에 사상자는 두통이나 안면홍조 같은 부작용으로 기존 치료제 복용을 꺼리는 이들에게 안전한 천연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러 동물실험 연구에서도 사상자 추출물이 혈류량을 늘리고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며 정자의 운동성을 개선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남성과 여성, 피부 건강까지 아우르는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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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사상자 / 푸드레시피

사상자의 쓰임새는 남성 건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건강을 돌보는 데도 이 약재를 다방면으로 활용해왔다.

몸의 냉한 기운을 몰아내고 자궁을 따뜻하게 함으로써 생리통이나 냉대하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 질환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사상자는 예로부터 ‘씻는 약’으로도 유명했다. 강력한 항염, 항균, 소양감 완화 효과가 있어 습진이나 피부 가려움증, 각종 피부염에 사상자를 달인 물을 바르거나 그 물로 목욕하는 방식이 널리 쓰였다.

현대 연구에서도 사상자 추출물이 항산화 작용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염증 반응을 줄이며, 아토피나 알레르기성 피부 질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이 외에도 풍습으로 인한 관절통, 요통 등을 다스리는 데에도 활용된다.

어떻게 사용하고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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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사상자 / 국립생물자원관

약재로 사용하는 사상자는 완전히 성숙한 열매를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것이다. 맛은 맵고 쓰지만 성질은 따뜻하며 독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가정에서는 보통 하루 3~10g 정도를 물에 넣고 달여서 차처럼 마시거나, 곱게 가루로 만들어 섭취한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약효는 주로 씨앗, 즉 열매에 집중되어 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길가나 하천변에서 자라는 유사한 식물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 함부로 채취하여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미나리과 식물 중에는 독초가 많아 혼동하기 쉽다.

사상자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모든 약재가 그렇듯 개인의 체질과 건강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으므로 복용 전에는 반드시 한의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겉보기엔 평범한 들풀일지라도, 정확히 알고 올바르게 사용할 때 비로소 몸을 이롭게 하는 귀한 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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