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로 착각했다간 큰코다친다”… 여름엔 약으로 통하는 ‘개복숭아’의 숨겨진 독성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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떫고 신맛에 외면받던 야생 복숭아
발효와 숙성을 통해 여름철 보약으로 거듭나는 법

개복숭아
나무에 열린 개복숭아 / 게티이미지뱅크

여름이 절정으로 치닫는 8월, 산기슭과 시골 장터에서 초록빛 매실과 꼭 닮은 과일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고 단단하며 솜털이 보송한 이 과일의 정체는 바로 개복숭아다.

생으로는 떫고 신맛이 강해 고개를 젓게 만들지만,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치면 여름내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귀한 약재이자 음료로 변신한다.

투박함 속에 숨겨진 영양 보고

개복숭아
바구니에 담긴 개복숭아 / 푸드레시피

야생 복숭아의 일종인 개복숭아(학명: Prunus davidiana)는 작지만 영양은 알차다. 풍부한 유기산(구연산, 사과산)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하고 피로물질인 젖산의 축적을 막아 무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는 세포의 노화를 막고 피부를 건강하게 가꾸는 데 기여한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촉진해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만들며,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관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씨앗의 두 얼굴, ‘아미그달린’ 바로 알기

개복숭아 열매
개복숭아 열매 / 푸드레시피

개복숭아의 효능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아미그달린(amygdalin)’ 성분이다. 이 성분은 기침을 멎게 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아미그달린은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지만, 과육이 으깨지고 수분과 만나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 ‘시안화수소’라는 맹독성 물질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개복숭아나 매실처럼 씨앗에 아미그달린을 함유한 과일을 청이나 담금주로 만들 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씨앗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만약 씨앗의 풍미까지 담고 싶다면, 반드시 100일 이상 설탕 속에서 숙성시켜 독성 물질이 자연적으로 분해되도록 기다려야 한다.

이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두통, 구토, 현기증 등 심각한 중독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전통의 지혜를 담아 즐기는 법

개복숭아 청
통에 담긴 개복숭아청 / 푸드레시피

개복숭아를 가장 대중적으로 즐기는 방법은 효소(청)와 담금주다. 개복숭아 효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개복숭아와 설탕을 1대 1 비율로 켜켜이 쌓아 만든다.

이때 앞서 강조한 안전 수칙에 따라 씨앗을 제거하거나, 씨앗째 담글 경우 반드시 100일 이상 서늘한 곳에서 발효시켜 독성이 충분히 분해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완성된 효소 원액은 여름철 냉수나 탄산수에 희석하면 갈증을 해소하는 건강 음료가 되고, 따뜻한 물에 타 마시면 기관지를 편안하게 해주는 차가 된다.

담금주 역시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 수 있다. 잘 씻은 개복숭아를 유리병에 담고 30도 이상의 담금용 소주를 가득 부어 밀봉한다. 최소 3개월 이상 숙성하면 개복숭아 특유의 향긋한 향이 우러나와 풍미 깊은 과실주가 완성된다.

적당량의 담금주는 혈액순환을 돕고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과음은 피해야 한다.

지혜롭게 다루어야 할 여름의 보석

개복숭아나무
개복숭아나무 / 푸드레시피

개복숭아는 떫고 신맛이라는 투박한 첫인상 뒤에 여름철 건강을 지켜줄 강력한 힘을 숨기고 있는 과일이다. 발효와 숙성이라는 시간의 마법을 통해 평범한 과일은 비로소 특별한 ‘약’이 된다.

하지만 그 이로움만큼이나 씨앗에 담긴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여름,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 이 작은 보석을 안전하게 다루어 본다면, 무더위를 이겨낼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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