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만 급이 달라지는 참숭어, 맛·가격·역사까지 다 가진 겨울 별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시장 분위기가 달라진다. 여름 내 조용하던 생선들이 지방을 잔뜩 올리고 진짜 제철을 맞으면서, 평소엔 잘 찾지 않던 어종들이 슬그머니 “알던 사람만 아는” 겨울 별미로 떠오른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숭어과 생선인 가숭어, 흔히 ‘참숭어’라고 부르는 생선이다. 평소엔 그저 그런 생선으로 취급받지만, 11~2월 겨울만 되면 지방이 오르고 살이 단단해지면서 고급 도미류에 견줄 만큼의 맛과 식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양식이 활발해 가격까지 부담이 적어,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겨울 횟감”으로 특히 눈에 띄는 존재다.
겨울에 진가가 드러나는 ‘참숭어’

가숭어는 숭어목 숭어과에 속하는 어종으로, 국내에서는 숭어와 함께 대표적인 숭어류 식용 생선으로 꼽힌다. 이름 앞의 ‘가(假)’ 때문에 ‘가짜 숭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겨울철 맛이 좋아 ‘참숭어’라는 별칭으로 더 널리 불린다.
실제로는 숭어·가숭어·술립숭어·등질숭어 등 여러 숭어류가 있지만, 일반 시장과 횟집에서 주로 오가는 것은 숭어와 가숭어 두 종류다. 공식 수산 자료에 따르면 가숭어는 3~5월이 산란기이며, 산란기를 앞둔 늦가을~겨울(대략 11~2월)이 지방과 살집이 가장 좋아 ‘제철’로 여겨진다.
이 시기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균형 있게 올라 회로 먹었을 때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느끼기 좋고, 가격은 같은 시기 고급 어종들보다 확실히 낮은 편이라 가성비 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숭어 vs 가숭어, 이렇게 구분하면 헷갈리지 않는다

겉모습만 보면 숭어와 가숭어는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몇 가지만 기억해두면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눈 주변 공막 색이 가장 쉬운데, 숭어는 공막이 흰색인 반면 가숭어는 노란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꼬리지느러미 모양도 다르다. 숭어는 V자 형태로 날렵하게 파여 있는 반면, 가숭어는 좀 더 둥글고 일자형에 가까운 꼬리를 가지고 있다. 몸매를 보면 가숭어가 숭어보다 더 길고 가늘며, 머리도 납작하고 길쭉한 편이다.
서식지도 구분 포인트다. 일반 숭어는 동해·남해를 포함해 전 세계 온난한 해역에 널리 분포하지만, 가숭어는 주로 서해 연안과 일부 해역에 집중되어 있고 극동아시아 일대에 한정적으로 분포한다.
내 대표 산지로는 전북 부안과 경남 하동이 잘 알려져 있으며, 하동에서는 양식 기술을 활용해 ‘참숭어’ 브랜드를 앞세운 상품도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가숭어는 연안에서 산란·성장이 가능해 양식이 비교적 쉬운 반면, 숭어는 외해 깊은 곳에서 산란해 연안 양식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두 어종의 큰 차이다.
겨울엔 회로, 여름엔 피하자

가숭어가 겨울에 “고급어종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지방과 식감이 이 시기에 정점을 찍기 때문이다. 수온이 낮을수록 살이 단단해지고 지방층이 차오르면서, 회로 썰었을 때 쫄깃하면서도 입 안에서 은근히 퍼지는 고소한 기름기를 느낄 수 있다.
지방이 올라 입술이 매끈해질 정도라고 표현될 만큼, 겨울철 가숭어는 담백함과 고소함의 균형이 좋다. 반면 여름철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3~5월 산란기를 지나면서 체력이 빠지고 지방이 줄어 살이 푸석해지고, 수온이 높아지면 일부 자연산 개체에서는 서식지 특성상 흙냄새·펄냄새가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서해 기수역·개펄 근처에서 잡힌 개체는 이 풍미가 두드러질 수 있어, 여름철 자연산 가숭어를 회로 먹을 때 호불호가 갈리곤 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여름에는 양식 가숭어를, 겨울에는 자연산과 양식 모두를 가성비 좋은 횟감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알은 ‘어란’으로 변신

가숭어의 몸통은 겨울 제철 회로 사랑받지만, 알은 완전히 다른 세계의 고급 식재료로 취급된다. 바로 전통 음식인 ‘어란’의 원재료가 가숭어 알이다.
알을 꺼낸 뒤 핏줄을 세심하게 제거하고, 적당한 염도의 소금이나 간장에 절여 수개월 동안 말리고 눌러가며 숙성시키면 진한 감칠맛과 특유의 농축된 풍미를 가진 어란이 완성된다.
제대로 만든 어란은 한 덩어리에 수십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급 식재료로 분류된다. 전남 영암 일대는 예로부터 가숭어 어란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영산강 하구를 따라 알이 꽉 찬 가숭어가 올라오던 길목에 위치해, 자연스럽게 질 좋은 알을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일본의 가라스미, 지중해 연안의 보타르가도 모두 숭어 알로 만든 비슷한 음식이지만, 가숭어 자체가 극동아시아 중심으로 분포해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어란은 풍미와 전통 면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겨울 한정, 가성비 회

가숭어(참숭어)는 평소엔 크게 주목받지 않지만, 겨울만 되면 맛·식감·가격이 동시에 살아나는 독특한 어종이다. 제철을 맞은 11~2월에는 지방이 올라 고급 회 못지않은 풍미를 보여주면서도, 아직까지는 다른 인기 어종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어 “고물가 시대 가성비 횟감”으로 꼽을 만하다.
다만 여름·산란기에는 맛과 냄새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절을 가려 먹는 센스가 필요하다. 올겨울 회를 계획하고 있다면 늘 먹던 방어·연어만 고집하기보다, 한 번쯤 참숭어 한 접시를 선택지에 올려보자. 제철 한정으로만 즐길 수 있는 ‘겨울 가성비 회’의 진짜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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