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의 귀한 식재료, 영양학적 가치부터
손쉬운 손질법, 요리 활용법까지

여름의 절정을 향해가는 지금, 강원도 양양의 푸른 앞바다 속에서는 조용한 풍요가 자라고 있다. 바위틈에 몸을 숨긴 채 돌멩이처럼 보이는 이것의 정체는 예로부터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아온 해삼이다.
최근 양양군이 수십만 마리의 어린 해삼을 방류하며 지속가능한 자원 확보에 나선 가운데, 낯선 생김새 탓에 망설였던 이들을 위해 해삼의 진정한 가치와 활용법을 집중 조명한다.
바다의 산삼, 그 이름의 이유

극피동물 해삼강에 속하는 돌기해삼(Stichopus japonicus)은 우리나라에서 주로 식용하는 종류다. 길쭉한 원통형 몸에 무수한 돌기가 솟아 있고, 몸의 신축성이 뛰어나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꾼다.
이러한 독특한 생존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왔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은 그의 저서『자산어보』에서 해삼을 ‘해남자(海男子)’라 칭하며 “성질이 따뜻하고 기를 보하며, 오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기록했을 만큼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현대 과학은 해삼의 영양학적 가치를 더욱 명확히 증명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생해삼 100g은 약 15kcal에 불과한 저칼로리 식품이지만, 단백질 함량은 높고 지방은 거의 없어 체중 관리에 이상적이다.
특히 해삼의 끈적한 점액질과 연골에는 관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콘드로이틴황산이 풍부하다. 또한, 인삼의 대표 성분으로 알려진 사포닌(홀로톡신)을 함유하고 있어 면역력 증진과 항산화 작용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협을 느끼면 내장을 쏟아내고도 수개월 안에 완벽히 재생하는 경이로운 생명력은 이러한 영양 성분들에서 비롯된다.
풍요로운 양양의 바다, 해삼의 미래를 심다

이처럼 귀한 해삼 자원의 가치를 보존하고 어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양양군은 체계적인 해양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양양군청에 따르면 올해 12월까지 동해 연안에 방류되는 돌기해삼 종자는 총 23만 마리에 달한다.
이는 2022년부터 시작된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이미 100만 마리가 넘는 해삼이 양양 앞바다에 자리를 잡았다.
단순히 방류에 그치지 않고, 해삼이 안정적으로 서식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에 설치된 233기의 해삼 전용 서식 모듈에 더해 올해 37기를 추가 설치하는 등 최적의 해저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당장의 어획량 증대를 넘어, 지역 어민들에게는 지속가능한 소득원을, 바다에는 건강한 생태계를 선물하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낯선 식재료를 우리 집 식탁으로

해삼이 가진 풍부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외형은 가정에서 다루기 어려운 식재료라는 인식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요령만 익힌다면 그 특유의 식감과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해삼 손질은 고무장갑을 끼고 흐르는 물에 표면의 모래와 이물질을 꼼꼼히 씻어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양쪽 끝부분을 조금씩 잘라내고, 배 중앙에 가위나 칼로 길게 칼집을 넣어 내장을 제거한다.
신선한 해삼의 내장은 ‘고노와다’라 불리는 별미이므로, 따로 모아 깨끗이 씻어두면 회와 함께 곁들일 수 있다.
손질을 마친 해삼은 찬물에 10분가량 담가 짠 기운을 빼낸 뒤, 먹기 직전 얼음물에 잠시 담그면 오독오독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극대화된다.

손질한 해삼은 바로 소비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보관이 필요할 경우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린 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한 뒤 냉장하면 1~2일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더 오래 보관하려면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에 두면 한 달 정도는 맛의 변화 없이 즐길 수 있다. 냉동 해삼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해야 질겨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섭취법은 얇게 썰어 초고추장과 함께 즐기는 해삼 회지만, 각종 채소와 함께 볶거나 탕, 찜 요리에 활용하면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과거 왕의 수라상에 오르던 귀한 식재료에서, 이제는 체계적인 관리와 노력을 통해 우리 식탁에 더 가까워진 해삼. 이는 단순히 기운을 북돋는 여름 보양식을 넘어, 건강한 해양 생태계와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울퉁불퉁한 겉모습 속에 품고 있는 영양학적 가치와 경이로운 생명력을 이해한다면, 이번 여름 양양 앞바다의 숨은 보물, 해삼이 선사하는 바다의 맛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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