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당연했던 그 반찬” 한 달 사이에 72% 폭등한 ‘열무’ 가격, 그 원인은?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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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 가격 72% 급등
폭염이 바꾼 여름 식탁의 풍경

열무
밭에 키우는 열무 / 게티이미지뱅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살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열무김치 국물에 말아 먹는 소면 한 그릇은 한국인이 누릴 수 있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는 이 소박한 행복마저 큰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여름 식탁의 주인공이었던 열무가 불과 한 달 사이에 가격이 70% 이상 폭등하며 가계에 부담을 주는 ‘금(金)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 ‘금(金)무’가 된 여름의 맛

열무
바구니에 담긴 열무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kg당 2,574원이던 열무의 평균 소매가격은 8월 1일 기준 4,438원까지 치솟았다.

한 달 만에 무려 72.4%가 급등한 것이다. 시장 상인들은 “손님들이 가격표를 보고는 들었던 열무를 슬그머니 내려놓는다”며 울상을 짓고, 소비자들은 “기후 탓이라니 어쩔 수 없지만, 선뜻 장바구니에 담기 무섭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가격 폭등의 주범은 단연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는 이상 기후다. ‘여린 무’라는 이름처럼, 열무는 연한 잎과 짧은 뿌리를 가진 섬세한 작물이다.

열무김치
그릇에 담긴 열무김치 / 게티이미지뱅크

고온과 높은 습도에 매우 취약해, 땅이 뜨거워지면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잎은 힘없이 시든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린 뒤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 무름병과 같은 병해가 빠르게 번져 수확 직전의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결국 생산량 급감이 가격 폭등으로 직결된 셈이며, 이는 열무뿐만 아니라 배추, 상추 등 여름철 잎채소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여름에 열무를 찾아야 하는 이유

열무김치
열무김치 / 게티이미지뱅크

가격이 부담스러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식단에서 열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열무는 더위에 지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가득 품은 천연 보양식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르면, 열무에는 땀으로 다량 배출되는 필수 무기질인 칼륨이 풍부하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고 수분 균형을 조절해 여름철 무기력증과 근육 경련을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비타민 A의 전구체)은 뜨거운 햇볕과 자외선에 지친 피부의 노화를 막고, 면역 체계가 약해지기 쉬운 여름철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파수꾼이다.

열무 특유의 쌉쌀한 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 역시 혈관 건강과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 100g당 14kcal에 불과한 저칼로리 알칼리성 식품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여름의 맛을 완성하는 열무 활용법

열무국수
열무국수 / 게티이미지뱅크

열무의 진가는 시원한 김치로 담갔을 때 가장 빛난다. 잘 익은 열무김치 하나만 있으면 찌는 듯한 더위도 두렵지 않다.

뜨거운 물에 삶아 차갑게 헹군 소면 위에 아삭한 열무김치를 넉넉히 올리고,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장과 고소한 참기름을 한 바퀴 둘러 비벼내는 열무비빔국수는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김치 국물이 자작하다면 시원한 열무 물냉면이나 열무김치말이 국수로 즐겨도 좋다.

열무김치
통에 담긴 열무 / 푸드레시피

살짝 데친 열무를 된장이나 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쳐낸 나물은 그 자체로 훌륭한 밥반찬이 되며, 보리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부족한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보충해주는 완벽한 영양 궁합을 자랑한다.

다만, 열무는 찬 성질을 지니고 있어 평소 몸이 냉하거나 신장이 약한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열무 가격의 급등은 단순한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을 넘어, 기후 변화가 우리의 소중한 식문화와 일상을 얼마나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경고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제철의 맛을 미래에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우리의 식탁과 지구의 건강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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