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만 맡고 버리던 찌꺼기, 알고 보면 비타민C보다 더 중요한 성분 들어있습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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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헤스페리딘 풍부한 유자청
제대로 알고 마시는 법부터 똑똑하게 담그는 비법까지

유자
유자 열매 / 게티이미지뱅크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 따끈한 김을 피워 올리는 노란 유자차 한 잔은 몸과 마음을 녹이는 특효약처럼 여겨진다.

달콤한 향과 새콤한 맛이 일품인 찻물을 마신 뒤, 컵 바닥에 남은 끈적한 유자 건더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코 이를 남기거나 버린다. 하지만 만약 그 건더기 속에 유자의 핵심 영양이 응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을 것이다.

영양의 보고, ‘유자 껍질’의 재발견

유자껍질
그릇에 담긴 유자껍질 / 푸드레시피

우리가 마시는 유자차의 기본 재료인 유자청은 유자의 껍질과 과육을 설탕이나 꿀에 절여 만든 전통 보존 식품이다. 바로 이 껍질과 과육에 유자의 진정한 가치가 숨어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르면, 유자의 비타민 C 함량(100g당 95.26mg)은 ‘비타민 C의 제왕’으로 불리는 레몬(49.8mg)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이 풍부한 비타민 C는 면역력 강화와 감기 예방, 피부 건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성분은 껍질에 집중된 ‘헤스페리딘(Hesperidin)’이다. 이 폴리페놀 화합물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보호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자 껍질
포크로 뜬 유자 껍질 /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촉진해 소화와 배변 활동에 도움을 준다. 결국 유자차의 건더기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찻물을 넘어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 식이섬유까지 온전히 섭취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인 셈이다.

물론 유자청의 높은 당 함량은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하지만 적정량 섭취를 지킨다면, 이는 자연이 준 영양을 가장 맛있고 간편하게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유자가 차가운 성질을 지녀 몸이 찬 체질은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므로,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해 몸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좋다.

진한 풍미와 영양까지, 실패 없는 유자청 황금 레시피

유자
소금으로 세척하는 유자 / 푸드레시피

시판 유자청도 훌륭하지만, 집에서 직접 담그면 당도를 조절하고 첨가물 걱정 없이 더욱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유자 주산지인 전남 고흥의 방식처럼, 자연의 맛을 오롯이 담아내는 데는 몇 가지 핵심 비법이 있다.

가장 먼저 좋은 유자를 고르고, 유자와 설탕을 1:1 무게 비율로 준비한다. 이 황금 비율은 단순히 단맛을 내기 위함이 아니다. 설탕의 삼투압 작용이 유자의 수분과 향을 효과적으로 끌어내고, 높은 당도는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해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므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그다음은 가장 중요한 세척 과정이다. 껍질째 먹는 만큼 굵은 소금이나 베이킹소다로 표면을 꼼꼼히 문질러 잔류 농약이나 불순물을 제거하고, 식초를 푼 물에 잠시 담갔다가 헹궈낸다.

세척 후에는 키친타월로 물기를 완벽히 제거하거나 그늘에서 꾸덕하게 말려야 한다. 유자에 남은 작은 물기 한 방울이 곰팡이의 원인이 되어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자청
유리병에 담긴 유자청 / 푸드레시피

깨끗해진 유자는 반으로 갈라 쓴맛을 내는 씨앗을 꼼꼼히 제거한다. 향긋한 껍질은 가늘게 채 썰어 씹는 맛을 살리고, 과육은 잘게 다져 설탕과 함께 버무린다. 이제 열탕 소독한 유리병을 준비할 차례.

끓는 물로 병을 소독하는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미생물을 모두 제거해 유자청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병에 유자와 설탕을 켜켜이 눌러 담고, 가장 윗부분은 설탕으로 두껍게 덮어 마무리한다.

이 설탕층은 내용물이 공기와 직접 닿는 것을 막아 산패를 방지하는 ‘천연 밀봉’ 역할을 한다. 이렇게 담근 유자청은 상온에서 2~3일간 설탕이 녹도록 숙성시킨 뒤, 냉장고에서 일주일 이상 맛을 들이면 깊고 진한 풍미의 수제 유자청이 완성된다.

차 한 잔을 넘어, 다채로운 미식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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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과일 /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정성으로 완성된 유자청은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는 유자차를 넘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탄산수에 섞으면 상쾌한 유자 에이드가 되고, 플레인 요거트 위에 올리면 고급스러운 디저트가 된다.

빵에 바르는 마멀레이드로 활용하거나, 올리브유와 섞어 샐러드드레싱으로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닭고기나 오리고기 요리에 마리네이드 소스로 사용하면 잡내를 잡고 향긋한 풍미를 더하는 비장의 무기가 된다.

한 잔의 차를 마시더라도 그 안에 담긴 자연의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는 지혜. 올겨울에는 컵 바닥에 남은 유자 건더기까지 남김없이 즐기며, 그 진한 향과 영양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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