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캔이 간을 무너뜨린다…제로 탄산음료가 부른 조용한 병의 정체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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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콜라 하루 한 캔의 배신, 대사이상 지방간 위험 60% 높였다

콜라 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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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캔의 인공감미료 첨가 음료 섭취만으로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발생 위험이 60%까지 높아진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설탕 첨가 음료의 위험 증가율(50%)을 상회하는 수치로, ‘제로 칼로리’가 간 건강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경고를 던진다. 이번 연구 결과는 건강을 위해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선택해 온 소비자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12만명 10년 추적, 유럽소화기학회 최신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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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월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소화기학회(UEG) 연례 학술대회에서 중국 쑤저우대 제1부속병원 연구팀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영국 성인 12만 3788명의 데이터를 10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탄산음료 섭취와 MASLD 발병 위험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설탕 함유 탄산음료를 꾸준히 마신 그룹은 비섭취 그룹에 비해 MASLD 위험이 약 50% 높았다. 더욱 주목할 점은 ‘제로’나 ‘다이어트’ 제품처럼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낸 음료를 마신 그룹의 위험도는 60%나 더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위험 증가는 하루 한 캔(약 250ml) 이하의 비교적 적은 양을 섭취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확인되었다.

소리 없는 암살자,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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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은 과도한 음주와 무관하게 간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질환을 말한다. 2023년 이전까지는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으로 불렸으나, 비만,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기능 이상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해 명칭이 변경되었다.

대부분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침묵의 간질환’으로도 불리며, 방치할 경우 지방간염, 간섬유화, 간경변을 거쳐 간암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대한간학회는 2025년 진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MASLD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또한 높인다며 적극적인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제로 칼로리의 역설, 장내 미생물 교란

제로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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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인공감미료 음료가 간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는 잠재적 원인으로 ‘장내 미생물총(gut microbiome)’의 변화를 지목했다. 인공감미료는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장까지 도달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익균이 감소하고 유해균이 증식하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 상태가 되면, 장벽 기능이 약화되고 염증 물질이 증가하여 간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유발, 지방 축적을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연구진은 인공감미료가 포만감을 저해하고 단맛에 대한 갈망을 키워 결과적으로 과식과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가장 확실한 대안, ‘물’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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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 가장 희망적인 부분은 음료 선택의 변화만으로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 분석 결과, 설탕 첨가 음료와 인공감미료 음료를 물로 대체할 경우 MASLD 발병 위험이 각각 12.8%, 15.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리허 루 연구원은 “설탕을 줄인 음료가 더 나은 선택처럼 보이지만, 이번 연구는 그 역시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간의 대사 부담을 줄이고 체내 수분 균형을 맞추는 물이 간 건강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음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물 외에도 탄산수, 녹차, 보리차와 같이 당과 인공감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음료를 대안으로 권장한다. 이번 연구는 ‘제로 칼로리’ 음료에 대한 맹신에 경종을 울리며, 건강한 음료 선택의 기준이 단순히 칼로리 유무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인공감미료가 인체, 특히 장내 미생물 및 간과 맺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가장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인 물이 간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길임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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