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습기와 모락셀라균이 만든 악취의 진짜 원인

세탁을 마친 수건에서 금세 퀴퀴한 냄새가 다시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는 수건 자체의 문제보다는 수건을 ‘보관하는 장소’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매일 피부에 직접 닿는 수건의 위생 상태는 사소한 보관 습관 하나로 크게 좌우될 수 있다. 특히 욕실은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욕실, 세균 번식의 최적 조건

욕실은 가정 내에서 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아 세균이 증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샤워나 목욕 직후에는 내부 상대 습도가 70~80% 이상으로 급격히 치솟는다.
이런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축축하게 젖은 수건은 세균의 배양지 역할을 하게 된다. 수건에서 나는 특유의 불쾌하고 퀴퀴한 냄새는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Moraxella osloensis)’라는 세균이 주된 원인이다. 이 세균은 습한 환경에서 빠르게 증식하며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대사산물을 배출한다.
변기 물내림의 숨은 위협 ‘비말 현상’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비말 현상(Toilet plume)’ 역시 수건 위생을 위협하는 주요 변수다. 물이 소용돌이치며 내려갈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물방울 입자가 공기 중으로 튀어 오르기 때문이다.
이때 대장균(E. coli)을 비롯한 각종 세균과 오염 물질이 이 물방울에 포함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 비말은 최대 1~2미터(m) 거리까지 퍼져나가 주변의 칫솔, 선반, 그리고 수건 표면에 내려앉을 수 있다.
위생을 위해 피해야 할 보관 위치

이러한 이유로 변기 바로 옆이나 상부 선반은 수건을 두기에 가장 부적절한 장소로 꼽힌다. 변기 비말로 인한 직접적인 세균 오염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또한, 샤워 부스나 욕조 근처의 개방된 수건 걸이 역시 피해야 한다. 샤워 중에 튄 물방울로 인해 수건이 완전히 마르지 못하고 습한 상태가 지속되면 모락셀라균의 번식을 촉진한다.
세면대 아래 수납장도 위험한 장소다. 이곳은 구조적으로 공기 순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밀폐 공간이라 습기가 쉽게 차고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건강한 수건 사용을 위한 제안

가장 이상적인 수건 보관 장소는 욕실 외부의 건조하고 통풍이 잘되는 공간, 예를 들어 리넨장이나 별도의 수납장이다. 사용한 수건은 욕실 안에 그대로 걸어두기보다 즉시 베란다나 건조한 방으로 옮겨 완벽하게 말려야 한다.
만약 욕실 내에 새 수건을 보관해야 한다면, 반드시 완전히 건조된 상태로 밀폐형 수납장에 보관하고, 변기나 샤워 공간과는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건 관리의 핵심은 ‘건조’와 ‘분리’다. 욕실 환경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보관 장소를 조금만 변경하는 습관으로도 가족의 피부 건강과 위생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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