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3만 피트, 미각과 소화력이 30% 떨어진다

비행기 안에서 평소와 다른 신체 변화를 느낀 적 있을 것이다. 목이 마르고 음식 맛이 이상하며 배가 더부룩한 느낌 말이다. 12년간 장거리 노선을 담당한 전직 객실 승무원 샬럿 크로커(47)는 이런 증상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고 말한다. 고도 약 3만5000피트 상공에서는 기압과 습도, 산소량이 지상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기내 환경은 사막보다 건조하다. 습도가 10~20% 수준으로 유지되는데, 사막의 평균 습도 15~30%보다 낮은 셈이다. 기압은 6000~8000피트 상공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지고, 혈액 속 산소량은 6~25%까지 감소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우리 몸의 감각과 기능이 평소와 다르게 작동하게 된다.
크로커는 특정 음식과 음료가 이런 환경에서 더 큰 불편함을 준다고 설명한다. 그가 경험한 기내 음식 선택의 비밀을 알아봤다.
탄산음료가 복부 팽만 2배 키우는 이유

탄산음료는 기내에서 가장 피해야 할 음료 1순위다. 저기압 환경에서는 음료 속 이산화탄소 기체가 평소보다 더 많이 팽창하기 때문이다. 지상에서는 대기압이 기체를 눌러 부피를 억제하지만, 기내에서는 기압이 낮아져 가스가 자유롭게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위와 장 속에 가스가 축적되면서 복부 팽만감이 심해진다. 평소에도 탄산음료를 마시면 트림이 나오는데, 기내에서는 이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셈이다. 장시간 비행 중에는 이런 불편함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물이나 허브차처럼 기체가 없는 음료를 선택하는 게 좋다. 탄산이 들어간 음료는 착륙 후로 미루는 것이 현명하다.
알코올 한 잔이 산소포화도 85%까지 떨어뜨린다

기내에서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빨리 취하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독일 항공우주센터 연구에 따르면, 비행 중 음주는 혈중 산소포화도를 정상 96%에서 85%까지 낮춘다. 심박수도 분당 88회까지 증가하는데, 이는 심장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수치다.
기내 환경 자체가 이미 산소량을 6~25% 감소시키는 상황이라, 알코올이 추가되면 신체는 이중 타격을 받게 된다. 게다가 습도 10~20%의 건조한 공기는 알코올로 인한 탈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수면 중 음주는 산소 공급을 더욱 방해해 심혈관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장거리 비행에서는 물이나 스포츠 음료로 수분을 보충하는 편이 안전하다. 알코올은 착륙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즐기는 게 좋다.
짠맛 민감도 30% 감소, 염분 과다 섭취 주의

비행기에서 먹는 음식이 싱겁게 느껴진다면 당신의 착각이 아니다. 독일 프라운호퍼 건축물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기내 환경에서는 짠맛과 단맛 민감도가 약 30% 감소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문제는 이렇게 미각이 둔해지면 무의식적으로 더 짠 음식을 찾게 된다는 점이다. 기내식에 소금을 추가로 뿌리거나, 짠 스낵을 과다하게 섭취하기 쉽다. 이는 나트륨 과잉 섭취로 이어져 부종이나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담백한 음식 위주로 선택하고, 소금 추가는 최소화하는 게 좋다. 미각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건 착륙 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매운 음식이 소화 기능 저하 속 불편함 유발

매운 음식은 평소에도 위장을 자극하지만, 기내에서는 그 영향이 더 크다. 기압 변화로 인해 소화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위산 분비가 불규칙해지고 복부에 가스가 쌓이기 쉽다.
특히 캡사이신 같은 자극 성분은 위 점막을 직접 자극해 속 쓰림을 유발한다. 기내 환경은 이미 신체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 여기에 매운 음식까지 더해지면 불편함이 배가 되는 셈이다. 장시간 비행 중에는 이런 증상이 몇 시간 동안 이어질 수 있다.
순한 맛의 식사를 선택하거나, 개인적으로 준비한 담백한 샌드위치를 먹는 것이 좋다. 매운 음식은 여행지 도착 후 즐기는 게 현명하다.
상식적 선택이 장거리 비행 불편함 줄인다

기내 환경은 고도 3만5000피트 상공의 특수한 조건으로, 미각은 30% 둔해지고 산소량은 최대 25%까지 감소한다. 탄산음료와 알코올은 각각 복부 팽만과 산소포화도 저하를 유발하며, 짠 음식과 매운 음식은 소화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불편함을 키우는 셈이다.
기내식 자체는 HACCP 시스템으로 안전하게 관리되지만, 개인 반입 식품은 항공사 규정을 사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물이나 허브차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고, 담백한 음식 위주로 선택하면 장거리 비행도 한결 편안해질 수 있다. 크로커의 조언처럼 “상식선에서의 선택”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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