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며 매일 먹었는데”… 양배추, 잘못 먹으면 위에 ‘독’ 된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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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농약의 진실과 올바른 세척, 섭취, 보관법 총정리

양배추
양배추 씻는 모습 / 푸드레시피

‘천연 위장약’이라 불리며 서양의 3대 장수 식품 중 하나로 꼽히는 양배추. 아삭한 식감과 뛰어난 효능으로 많은 사랑을 받지만, 그 명성만큼이나 ‘잔류 농약’에 대한 걱정과 ‘올바른 세척법’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혹시 당신도 위장을 위해 챙겨 먹는 양배추를 농약 걱정에 식초물에 한참 담가두고 있지는 않은가? 안타깝게도 그 방법은 양배추의 핵심 영양소를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일 수 있다. 양배추를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를 풀고, 그 가치를 온전히 누리는 과학적인 방법을 알아본다.

껍질의 역설, 양배추 농약의 진실

양배추
양배추 /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이들이 양배추를 겹겹이 쌓인 ‘농약 범벅’ 채소라 오해하지만, 이는 양배추의 성장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감이다.

양배추는 약 150일의 재배 기간 중, 잎이 서로 뭉쳐 단단한 구(球)를 형성하는 ‘결구 과정’에 들어가면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빽빽하게 말린 중심부에는 해충이 침투하기 어렵고, 농약이 스며들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 오는 양배추는 이미 농약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진한 초록색의 겉잎을 대부분 제거한 상태다. 즉, 우리가 실제로 먹는 연둣빛 속잎은 비교적 청정한 환경에서 자란 결과물인 셈이다.

따라서 양배추 세척은 겉잎 두세 장을 떼어낸 뒤, 흐르는 물에 3번가량 꼼꼼히 헹궈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혹시 모를 이물질이 걱정된다면 흐르는 물에 씻기 전, 깨끗한 물에 5분 정도만 담갔다가 헹구는 것을 추천한다.

식초물의 배신, 비타민 U를 지키는 법

양배추 비타민 U
양배추의 비타민U / 푸드레시피

양배추 세척의 ‘국룰’처럼 여겨지는 식초물 소독법은 위장 건강을 생각한다면 최악의 선택이다.

양배추의 가장 중요한 성분인 ‘비타민 U’, 정확한 명칭으로는 ‘S-메틸메티오닌’은 위 점막을 보호하고 위궤양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지만, 물에 매우 잘 녹는 수용성 물질이다. 특히 산성(acidic) 용액인 식초물에는 용해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정성껏 채 썬 양배추를 식초물에 담그는 순간, 가장 중요한 성분인 비타민 U는 빠른 속도로 물속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위장을 위해 양배추를 먹으면서, 정작 그 핵심 성분은 하수구에 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열과의 줄다리기, 설포라판 섭취의 기술

양배추
양배추를 찌고 있는 모습 / 푸드레시피

양배추의 또 다른 스타 성분은 강력한 항암 및 항염 효과로 주목받는 ‘설포라판’이다. 흥미롭게도 이 성분은 양배추를 자르거나 씹는 등 물리적 충격으로 세포가 파괴될 때 비로소 활성화된다.

하지만 설포라판은 열에 매우 취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140도가 넘는 고온에서는 쉽게 파괴되므로,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조리법에 신경 써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증기를 이용해 가볍게 쪄내는 것이다. 끓는 물 위에 체반을 올리고 양배추를 1~3분 정도만 짧게 찌면 아삭한 식감과 영양을 모두 지킬 수 있다.

물에 직접 넣어 삶는 방식은 비타민 U를 포함한 수용성 비타민이 대거 빠져나가므로 피해야 한다. 볶음 요리를 할 때도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팬에 센 불에서 빠르게 볶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만병통치약’은 없다, 양배추 섭취 시 주의사항

찐 양배추
양배추 섭취 / 푸드레시피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도 모두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다. 양배추는 장을 과도하게 팽창시키는 ‘포드맵(FODMAP)’ 식품에 속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스,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평소 몸이 차고 아랫배가 냉한 체질이라면 양배추 섭취 후 오히려 속이 불편해질 수 있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 있는 경우, 생양배추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 양배추의 ‘고이트로젠’ 성분이 갑상샘의 요오드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성분은 열을 가하면 대부분 비활성화되므로, 익혀서 먹는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으로 위 점막 자체가 약해진 상태라면 섬유질이 풍부한 생양배추가 오히려 위벽을 자극해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혈액응고를 막는 와파린 같은 약을 복용 중이라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양배추에 풍부한 비타민 K가 혈액을 응고시키는 작용을 해 약물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통의 지혜, 양배추 신선 보관법

양배추 보관법
양배추를 랩으로 싸고 있는 모습 / 푸드레시피

한 번에 다 먹기 힘든 양배추를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먼저 칼로 심지를 도려낸 뒤 그 자리에 물에 적신 키친타월을 채워 넣는다. 이후 전체를 랩으로 감싸 지퍼백에 밀봉해 냉장고 채소칸에 보관하면 최대 2주까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용도에 맞게 채 썬 후 소분하여 냉동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막아 얼리면 최대 2달까지 보관이 가능하며, 사용 시 자연 해동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양배추에 대한 막연한 농약 공포는 상당 부분 오해이며, 영양을 지키는 핵심은 식초물이 아닌 ‘흐르는 물 세척’과 ‘올바른 조리법’에 있다. 내 몸의 상태를 바로 알고, 가장 똑똑한 방법으로 양배추를 즐길 때 비로소 이 위대한 채소는 우리에게 최고의 건강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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