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아닌 플라바놀에 주목
심혈관 질환 예방 가능성 제시

‘염증노화(Inflammaging)’는 특별한 감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면서 신체 전반에 만성적인 저강도 염증이 지속되는 상태를 지칭한다.
이는 노화 과정에서 손상된 세포(노화세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축적되며 염증성 물질을 지속적으로 분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만성 염증은 세포와 혈관을 서서히 손상시키며, 노화의 속도를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기적으로는 심혈관질환, 당뇨병, 치매, 특정 암 같은 주요 만성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숨은 원인으로 주목받는다.
코코아 플라바놀, 만성 염증 지표 개선

최근 이 염증노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잠재적 물질로 코코아 추출물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은 60세 이상 남성 및 65세 이상 여성 598명을 대상으로 2년간 코코아 플라바놀 성분이 농축된 보충제를 섭취하게 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영국노인의학회 공식 학술지 ‘에이지 앤드 에이징(Age and Ageing)’ 9월호에 게재되었다.
핵심 지표 hsCRP 8.4% 감소

연구의 핵심 결과는 염증 지표의 유의미한 변화다. 코코아 추출물 보충제를 2년간 꾸준히 섭취한 그룹은 대표적인 전신 염증 지표인 ‘고감도 C-반응단백(hsCRP)’ 수치가 평균 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플라시보)을 섭취한 대조군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hsCRP는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급성 감염 시 수치가 급증하지만, 만성 염증 상태에서는 낮지만 꾸준히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
이 수치는 특히 동맥경화 등 혈관 내벽의 염증 상태를 반영하는 강력한 예측 인자다. 연구진은 hsCRP 수치의 감소가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을 낮추는 기전과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역 기능 지표 인터페론 감마 증가

염증 억제 효과와 더불어 면역 기능과 관련된 지표 개선도 확인되었다. 보충제 섭취 그룹은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인터페론 감마(IFN-γ)’ 수치가 위약 그룹 대비 6.8% 더 높게 나타나며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인터페론 감마는 T세포나 NK세포 같은 면역 세포에서 분비되며, 바이러스나 병원체 감염 시 면역 세포를 활성화(대식세포 활성화 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이토카인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적응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 ‘면역노화(immunosenescence)’ 현상을 고려할 때, 이는 코코아 플라바놀이 노년층의 면역 반응성을 일부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반 초콜릿 섭취와는 구분 필요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일반 초콜릿 섭취와 동일시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사용된 것은 코코아 원두에서 유효 성분인 플라바놀만 농축한 보충제다.
플라바놀은 코코아 외에도 녹차, 포도, 사과 등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증 성분이다. 하지만 시중의 일반 초콜릿은 설탕과 지방 함량이 매우 높다.
또한, 초콜릿 가공(로스팅, 알칼리 처리) 과정에서 플라바놀 성분이 상당 부분 파괴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다크 초콜릿이라 불리는 제품들도 카카오 함량과 별개로 플라바놀 함량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염증 완화 효과를 기대하고 초콜릿을 과다 섭취할 경우, 오히려 체중 증가나 대사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연구는 코코아 플라바놀이 노화의 핵심 기전 중 하나인 염증노화와 면역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다른 염증 지표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아, 장기적인 효과와 정확한 기전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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