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부터 뿌리까지 버릴 게 없다는 ‘이 나무’, 정부가 해외 반출 막은 이유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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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성분이 풍부한 꾸지뽕나무가 국가 관리 대상 생물자원으로 지정됐다

꾸지뽕나무
꾸지뽕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정부가 ‘국외반출 승인 대상 생물자원’으로 지정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꾸지뽕나무의 잠재적 가치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과거 민간요법이나 전통 의학 서적에 기록된 효능들이 현대 약리학적 분석을 통해 입증되면서, 이 토종 식물 자원은 단순한 약재를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 원료로 주목받는다. 특히 풍부한 플라보노이드와 기능성 물질들은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기여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플라보노이드와 가바, 핵심 활성 성분의 작용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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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지뽕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꾸지뽕나무가 지닌 다양한 효능의 중심에는 플라보노이드, 가바(GABA), 루틴과 같은 생리활성 물질이 자리한다. 플라보노이드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화합물의 일종이다.

이는 체내에서 과도하게 생성될 경우 세포 노화와 손상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안정화시켜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은 만성 염증 억제와 면역 체계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에서는 특정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감마-아미노뷰티르산으로 불리는 가바는 신경전달을 억제하는 아미노산으로, 뇌 기능 안정과 혈압 강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모세혈관을 강화하는 루틴, 스티그마스테롤 등 다양한 유효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꾸지뽕나무의 가치를 높인다.

전통 의학의 지혜와 현대적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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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지뽕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꾸지뽕나무는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저명한 고의서에 꾸준히 등장하는 약재다. 전통적으로 꾸지뽕나무의 열매는 자양강장과 허약 체질 개선에 사용됐으며, 불면증이나 시력 감퇴에도 효능이 있다고 기록됐다.

나무껍질과 뿌리는 특히 여성 질환에 널리 쓰였다. 이러한 전통적 지혜는 현대에 와서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다. 열매는 씨가 많아 생과로 소비되기보다 발효액, 잼, 와인 등으로 가공되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꾸지뽕 와인을 지역 특산품으로 개발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잎은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알려지면서 위 건강을 위한 차나 화장품 원료로도 활용된다.

단단하고 탄성이 좋은 목재는 과거 활이나 악기를 만드는 데 사용됐으며, 날카로운 가시는 가축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해관계자별 기대와 현실적 과제

꾸지뽕나무
꾸지뽕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꾸지뽕나무의 재조명은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다. 농업인과 지방자치단체에게 꾸지뽕나무는 새로운 고소득 작물이자 6차 산업화의 유망한 자원이다. 기존 작물 재배가 어려운 유휴지나 산기슭에서도 잘 자라며, 차, 와인, 화장품 등 가공품 개발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 잠재력이 크다.

반면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당뇨, 고혈압, 아토피 등 만성 질환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식품 원료로 기대가 높다. 그러나 모든 효능이 인체에서 동일하게 발현되는 것은 아니므로, 의약품으로 오인하거나 맹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연구계와 제약업계는 꾸지뽕에서 신약 후보 물질이나 기능성 원료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재배 환경이나 수확 시기에 따라 유효 성분 함량이 달라지는 점은 표준화된 제품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국가 생물 주권과 산업화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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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지뽕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정부가 꾸지뽕나무를 국외반출 승인 대상 생물자원으로 지정한 것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국가 생물 주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조치다.

이는 나고야 의정서 발효 이후 중요성이 커진 유전자원에 대한 권리를 지키고, 우리 고유 자원을 활용한 산업의 이익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꾸지뽕나무가 지닌 항암 및 항당뇨 관련 효능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해외에서의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꾸지뽕나무의 산업화는 경제적 가치 창출과 동시에 토종 생물자원의 체계적인 보전 및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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