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노화 절반으로 늦춘다”… 껍질째 먹는 땅콩 한 줌의 항산화 비밀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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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최신 연구,
땅콩 껍질째 섭취 시 세포 노화 속도 절반으로 늦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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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놓인 땅콩 / 푸드레시피

시간의 흐름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 몸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은 과학적으로 가능한 영역이 되고 있다.

그 핵심 열쇠 중 하나로 ‘텔로미어(Telomere)’가 주목받는 가운데, 매일 한 줌의 땅콩을 먹는 간단한 습관이 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보호해 세포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복잡한 영양제나 값비싼 시술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땅콩이 건강 수명을 늘리는 강력한 아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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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벗기는 땅콩 / 푸드레시피

우리 몸의 유전 정보가 담긴 염색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손상될 위험에 처한다. 텔로미어는 바로 이 염색체의 양쪽 끝단에 위치하여 손상을 막는 보호 캡 역할을 한다.

마치 신발 끈 끝이 플라스틱 캡으로 마감되어 올이 풀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세포가 분열을 거듭할수록 이 텔로미어는 점차 짧아지며, 일정 길이 이하가 되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노화하거나 사멸한다.

즉, 텔로미어의 길이는 우리 몸의 ‘생체 시계’이자 세포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매일 한 줌의 기적, 껍질째 먹는 땅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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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에 구운 땅콩 / 푸드레시피

최근 국제 학술지 ‘항산화(Antioxidants)’에 게재된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 연구팀의 논문은 땅콩 섭취가 텔로미어 단축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18세에서 33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6개월간 관찰했다. 한 그룹은 매일 붉은 껍질이 있는 구운 땅콩 25g을, 다른 그룹은 땅콩버터 32g을, 마지막 그룹은 대조군 버터를 섭취하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껍질째 구운 땅콩을 꾸준히 섭취한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속도가 절반 수준으로 현저히 느려졌다. 이는 땅콩이 세포의 노화 시계를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의 비결이 땅콩에 함유된 풍부한 영양소의 복합적인 작용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성분은 땅콩의 얇은 붉은 껍질에 다량 함유된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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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담긴 땅콩 / 푸드레시피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이 성분은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를 중화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여 텔로미어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땅콩의 풍부한 불포화지방산, 특히 올리브오일의 주성분으로도 잘 알려진 올레산은 체내 염증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하며,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르기닌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전반적인 세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성분들이 시너지를 발휘하여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강력한 방어막을 형성하는 것이다.

땅콩버터는 왜 효과가 없었을까? ‘온전함’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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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담긴 땅콩버터 / 푸드레시피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지점은 땅콩버터를 섭취한 그룹에서는 텔로미어 단축 억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섭취하는지가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명확히 단정하지 않았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의 땅콩버터는 제조 과정에서 항산화 성분이 집중된 붉은 껍질을 제거한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레스베라트롤과 같은 폴리페놀 성분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둘째, 고온의 로스팅과 분쇄 등 가공 과정에서 일부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많은 시판 땅콩버터에는 맛을 내기 위해 설탕, 나트륨, 그리고 식감을 부드럽게 하는 경화유(트랜스지방)가 첨가되는데, 이러한 첨가물들이 땅콩 본연의 건강상 이점을 상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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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한 줌 / 푸드레시피

결국 이번 연구는 자연 그대로의, 온전한(Whole Food) 형태의 식품 섭취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따라서 땅콩의 항노화 효과를 최대한 누리고 싶다면, 가공된 형태보다는 소금이나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무염 자연 땅콩을 껍질째 섭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매일 꾸준히 한 줌(약 25g) 정도를 간식으로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의 세포 시계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연구진이 언급했듯 이번 연구는 건강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예비 연구라는 점에서 모든 연령대에 동일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향후 다양한 연령과 건강 상태의 인구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식습관의 변화가 세포 수준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천천히, 그리고 건강하게 나이 들기를 원한다면 오늘부터 식단에 껍질째 땅콩 한 줌을 추가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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