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얼굴 빨개지는 이유, 단순 체질 아니었다…전문가가 밝힌 과학적 원인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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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 부족 원인
아시안 홍조 증후군과 숙취의 연관성

맥주
맥주 / 게티이미지뱅크

과음한 다음 날이면 왜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릴까. 술을 마시면 유독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광운대학교 화학과 장홍제 교수가 최근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숙취의 모든 과정을 화학적 원리로 설명했다. 장 교수는 숙취 해소에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음식으로 특정 메뉴를 지목했다.

숙취의 주범 ‘아세트알데히드’

소주
소주 / 게티이미지뱅크

숙취의 고통은 알코올(에탄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 ‘아세트알데히드’ 때문에 발생한다. 장 교수에 따르면,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체내에서 1차로 알코올 분해 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환된다.

이 물질이 바로 숙취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이후 2차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ALDH)가 이 독성 물질을 인체에 무해한 아세트산(초산)으로 분해해 배출시킨다. 모든 숙취 증상은 이 2단계 분해 과정의 효율성에 따라 결정된다.

‘아시안 홍조 증후군’의 비밀

아시안홍조증후군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술을 마셨을 때 얼굴, 목, 가슴 등이 붉어지는 현상은 ‘아시안 홍조 증후군’이라는 공식 의학적 명칭이 있다. 장 교수는 아시아인 중에 유전적으로 2차 분해 효소(ALDH2)의 활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1차 분해는 잘 일어나는데 2차 분해가 느리니,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만 체내에 계속 쌓이는 것이다. 이 독소가 혈관을 확장시켜 피부가 붉어지는 반응을 일으킨다.

장 교수는 1차 알코올 분해 효소와 2차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는 종류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얼굴이 붉어져도 술 자체에는 덜 취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이 경우 독성 물질이 축적되는 위험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어지러움과 탄수화물이 당기는 이유

라면
라면 / 게티이미지뱅크

과음 후 어지러움증은 귀 내부 기관의 물리적 변화 때문이다. 장 교수는 에탄올이 물보다 밀도가 낮아 가볍다고 설명했다. 술이 체내로 들어오면 귓속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 내부 액체(림프액)의 농도가 변한다.

균형 기관의 밀도가 바뀌면서, 뇌는 몸이 가만히 있어도 빙빙 도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해장술이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는 듯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술이 다시 들어가면 변했던 농도를 순간적으로 맞추면서 어지러움이 덜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독성 물질을 추가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또한 술 마신 뒤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이 당기는 현상은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당분을 연료로 소모하기 때문이다.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는 데 집중하느라 포도당 생산이 억제되고, 당분이 계속 소모되면서 혈당이 떨어져 탄수화물을 찾게 되는 것이다.

화학자가 꼽은 최고의 해장 음식

뼈해장국
뼈해장국 / 게티이미지뱅크

장홍제 교수는 숙취 해소를 위한 이론상 가장 좋은 음식으로 ‘뼈해장국’을 꼽았다. 술을 마시면 이뇨 작용으로 인해 소변 등으로 수분과 함께 각종 영양분이 대량 배출된다.

장 교수는 뼈해장국이 거의 모든 영양 성분 순위에서 상위권에 들어갈 만큼 영양가가 풍부해, 배출된 영양소를 보충하는 데 가장 이상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이론적인 추천이며, 개인의 취향에 따라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꿀물 역시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다. 꿀의 과당(Fructose)이 알코올 분해 효소의 연료로 작용해 해독을 돕는다.

실제 인체 실험 결과, 꿀물 섭취 시 숙취 물질 분해 속도가 80%에서 최대 100%까지 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탄산음료 등으로 당을 보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숙취해소제와 어두운 술의 관계

숙취해소음료
숙취해소음료 마시는 사람들 / 게티이미지뱅크

숙취해소제의 올바른 복용법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술을 마시기 전에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6시간 이상 장시간 음주가 예상된다면 6시간 간격으로 하나를 더 먹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숙취해소제가 취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며, 단지 숙취만 줄여줄 뿐 간 손상은 그대로 누적된다고 강조했다. 술의 종류도 숙취와 관계가 있다.

어두운 색깔의 술일수록 숙취가 심한 경향이 있는데, 이는 ‘착향료 물질'(Congegener·동족체) 때문이다. 와인, 브랜디, 럼주 등은 오크통 숙성 과정이나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 외에 메탄올, 퓨젤 오일 등 다양한 화학 물질이 미량 생성된다. 이러한 동족체가 숙취를 더욱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술에 대한 내성, 즉 주량이 느는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술을 자주 마시면 몸이 적응해 분해 효소를 더 많이 생성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간이 무리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주량이 강해지는 것과 별개로 간 손상은 계속 누적된다고 장 교수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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