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탄·고양이 모래 활용법 화제

냉장고 속 불쾌한 냄새는 단일 성분이 아니다. 생선 비린내(아민 계열), 상한 음식(짧은 유기산), 김치나 마늘(황 화합물) 등 다양한 화학 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처럼 원인이 다르기에 냄새 제거 역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고려대학교 화학과 이광렬 교수가 유튜브 채널 ‘집터뷰’를 통해 냄새의 화학적 성질에 따른 과학적 제거법을 제시했다.
활성탄과 고양이 모래의 물리적 흡착 원리

이 교수가 가장 강조한 재료 중 하나는 활성탄(Activated Charcoal)이다. 활성탄은 야자 껍질 등을 고온에서 처리해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생성된다.
이 다공성 구조가 냉장고 내부를 떠다니는 다양한 냄새 분자들을 물리적으로 붙잡아 가두는 역할을 한다. 이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과 유사한 ‘흡착’ 원리다. 시중에서 1만 원 내외로 대용량을 구매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비슷한 원리로 ‘고양이 모래’에 사용되는 벤토나이트 성분 역시 강력한 흡착력을 지녀 냉장고 탈취에 활용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언급했다.
산성과 황 냄새를 잡는 화학적 중화법

모든 냄새를 활성탄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특히 상한 음식에서 발생하는 ‘짧은 유기산’ 같은 산성 물질 제거에는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가 유용하다. 베이킹소다는 약알칼리성 물질로, 산성 냄새 분자를 만나면 화학적으로 중화시켜 냄새를 제거한다.
이 교수는 베이킹소다를 종이 타월에 적시는 대신, 넓은 접시에 가루째 얇게 깔아 공기와의 접촉 면적을 최대화해야 효과가 높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치나 마늘 냄새의 주범인 황(Sulfur) 성분 제거에는 ‘구리 수세미’가 특효약이다.
구리(Cu)는 황 화합물과 매우 강력하게 반응하여, 냄새가 나지 않는 고체 형태의 황화구리(CuS)로 변환시킨다. 이는 물리적 흡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이용한 방식이다.
플라스틱 용기 냄새를 위한 산화 세척

냉장고 본체 외에 플라스틱 김치통이나 반찬통에 밴 냄새는 더욱 골칫거리다. 이는 냄새 분자가 플라스틱 표면 틈새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과탄산소다를 활용한 산화 세척이 효과적이다.
과탄산소다를 따뜻한 물에 녹이면 활성 산소인 ‘과산화수소’가 발생한다. 이 과산화수소가 냄새 분자를 산화시켜 파괴하고, 물에 잘 녹는 형태로 바꾸어 씻어낸다.
세척 후에도 냄새가 남았다면, 통을 완전히 말린 뒤 활성탄이나 신문지, 휴지 등을 넣어두고 뚜껑을 닫아두면 잔여 냄새 분자까지 흡착할 수 있다. 이 교수 역시 활성탄이나 고양이 모래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마무리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냉장고 냄새 제거의 핵심은 냄새의 원인에 맞는 해결책을 적용하는 것이다. 물리적 흡착제인 활성탄, 화학적 중화제인 베이킹소다와 구리 수세미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시판 탈취제보다 효과적으로 냄새를 관리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청소와 식품 관리로 냄새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는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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