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 자주 먹는 사람, 오래 산다?… 결정적인 핵심은 ‘이 차이’에 있습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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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캡사이신
대사·염증·혈관 개선 효과

캡사이신 고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매운 음식을 먹으면 정말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될까. 최근 다수의 건강 연구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그 핵심으로 천연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Capsaicin) 성분을 지목한다.

캡사이신은 단순한 미각적 자극을 넘어 신체 대사, 염증 반응, 혈관 건강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단, 전문가들은 인공 조미료나 첨가물로 구현한 자극적인 매운맛이 아닌, 고추 등 자연 재료에서 유래한 캡사이신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캡사이신의 ‘뜨거운’ 작동 원리

캡사이신 고춧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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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사이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핵심은 ‘TRPV1’이라는 특정 감각 수용체에 있다. 본래 이 수용체는 섭씨 43도 이상의 뜨거운 열이나 물리적 통증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캡사이신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 TRPV1 수용체와 결합하는데, 뇌는 이를 실제 ‘뜨거운 위협’으로 인식한다. 그 결과, 뇌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즉각적으로 심박수를 높이고 혈류량을 늘리며 땀을 배출하도록 명령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활발히 소모되며 신진대사가 일시적으로 촉진된다.

대사 증진과 혈관 건강 개선

캡사이신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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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진대사 촉진 효과는 체중 관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캡사이신 섭취 시 발생하는 열(식이성 발열)은 기초대사율을 높여 체지방 연소를 돕는다. 또한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보고되어 당뇨병 예방에도 긍정적이다.

혈관 건강에도 마찬가지다. 캡사이신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고, 이는 고혈압 조절에 기여한다. 미국 심장 학회(AHA)가 발표한 대규모 메타 분석 연구에 따르면, 고추를 꾸준히 섭취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26% 낮았으며, 이는 캡사이신의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개선 효과와 연관이 깊다.

통증 완화와 만성 염증 억제

캡사이신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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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사이신은 역설적으로 통증과 염증을 억제하는 데도 사용된다. 캡사이신 연고나 파스가 통증 완화에 쓰이는 것은, 캡사이신이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말단을 반복적으로 자극해 결국 둔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체내에 섭취할 경우에도 비슷한 항염 효과가 나타난다.

캡사이신은 체내 만성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면역 기능을 돕는다. 특히 적정량의 캡사이신은 위 점막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 점액 분비를 촉진하고 혈류를 증가시켜 위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항암 가능성과 ‘건강한’ 섭취법

캡사이신 고춧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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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구에서는 캡사이신이 특정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사멸(apoptosis)을 유도한다는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전립선암, 유방암, 위암 등 일부 암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실 연구(in vitro)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관찰된 바 있다.

다만, 이는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이며, 실험에 사용된 캡사이신의 농도는 일반적인 식이 섭취를 통해 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따라서 항암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캡사이신을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핵심은 고추장, 고춧가루, 신선한 고추 등 천연 재료를 통해 캡사이신을 섭취하는 것이다. 나트륨과 설탕이 과도하게 첨가된 인공 매운맛 소스나 가공식품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캡사이신은 단순한 매운맛 성분을 넘어, 신진대사 촉진, 혈관 건강, 항염증 등 건강 전반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식이 성분이다.

건강한 수명 연장을 위해 매운맛을 즐기고자 한다면, 인공 첨가물 대신 천연 고추를 활용한 ‘진짜’ 매운맛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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