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글탱글 젤리 같은 과육”… 디저트 마니아가 주목하고 있는 ‘이 과일’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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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와 사촌 격인 열대과일
동남아 대표 디저트의 영양과 활용법

용안 열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가을의 문턱, 시장 진열대가 사과와 배 같은 익숙한 과일로 채워질 때, 동남아시아의 시장은 꿀처럼 달콤한 향을 내뿜는 작은 갈색 열매로 절정을 맞는다. 바로 ‘용의 눈’이라는 신비로운 이름을 가진 과일, 용안(龍眼)이다.

낯선 이름과 소박한 겉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얇은 껍질을 벗겨내면 나타나는 반투명한 속살과 입안 가득 터지는 농밀한 단맛에 금세 매료되고 만다.

용안은 현지에서 무더위를 식히는 여름철 대표 과일이자 각종 디저트와 음료에 빠지지 않는 천연 감미료로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다. 젤리처럼 탱글한 과육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며, 그 어떤 과일보다 강렬한 단맛의 여운을 남겨 ‘자연이 만든 사탕’이라 불리기도 한다.

용의 눈, 그 이름의 유래와 식물학적 정체

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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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안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의 유래가 된 독특한 생김새다. 얇은 갈색 껍질을 손으로 살짝 눌러 벗기면, 수정처럼 맑고 반투명한 과육 중앙에 까맣고 동그란 씨앗이 비쳐 보인다. 이 모습이 마치 신화 속 용의 눈동자를 닮았다 하여 용안(龍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흔히 작은 크기와 갈색 껍질 때문에 무화과의 일종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식물학적으로 용안(Dimocarpus longan)은 무환자나무과(Sapindaceae)에 속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또 다른 열대과일인 리치(Lychee)나 람부탄(Rambutan)과 매우 가까운 친척 관계인 셈이다.

실제로 용안은 리치와 비슷한 과육의 질감과 향을 가졌지만, 리치보다 수분감은 적은 대신 당도가 훨씬 높아 더욱 진하고 끈적한 단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남부와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주로 재배되며, 여름이 되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린 채로 시장에 나온다.

꿀보다 진한 단맛, 그 속에 담긴 영양학

껍질을 벗긴 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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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안이 ‘천연 디저트’라 불리는 이유는 압도적인 단맛 때문이다. 신맛이 거의 없어 순수한 단맛이 응축된 형태로 느껴지는데, 이는 영양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지점을 제시한다.

미국 농무부(USDA)의 데이터에 따르면, 신선한 용안 100g은 약 60kcal이며, 풍부한 탄수화물과 함께 하루 권장 섭취량을 훌쩍 넘는 약 84mg의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다. 이는 피로 해소와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치다. 또한 약 266mg의 칼륨을 포함하고 있어 체내 나트륨 배출과 전해질 균형 유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용안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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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이 매우 강렬하지만 혈당 지수(GI)는 50~60 사이로, 생각보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는 않는 중혈당(Medium-GI) 식품에 속한다. 물론 당도가 높은 만큼 과다 섭취는 피해야 하지만, 적당량 섭취 시 훌륭한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말린 용안, 즉 용안육(龍眼肉)을 단순한 간식거리 이상으로 귀한 약재로 여겼다. 특히 심장과 비장의 기운을 보하고 피를 보충하는 보혈익기(補血益氣) 효능과, 정신을 안정시키는 안신(安神) 작용이 뛰어나다고 보았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불면증, 불안, 건망증이 있거나 기력이 쇠한 이들에게 용안육을 넣은 차나 탕을 처방하곤 했다.

맛과 이야기를 품은 열대의 보석

용안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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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안은 단순히 이국적인 단맛을 지닌 열대과일을 넘어, 신비로운 설화와 식물학적 호기심, 그리고 동아시아의 오랜 지혜가 담긴 식재료다. 얇고 평범한 껍질 속에 감춰진 투명한 과육은 한 알만으로도 입안 가득 행복감을 선사하며, 말렸을 때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

신선하게는 물론, 요거트나 샐러드 토핑으로, 혹은 대추처럼 차로 끓여 마시는 등 용안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만약 마트나 시장에서 ‘용의 눈’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리며 열대의 달콤한 보석을 한 번쯤 맛보는 것은 어떨까. 익숙한 과일의 계절, 용안은 당신의 미각에 신선하고 즐거운 자극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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