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대신 우유, 연육 실패 줄인다
카제인이 비린내 흡착·중화 역할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과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왜 전문가는 종종 우유를 더 안정적인 대안으로 추천할까.
답은 ‘효소(Enzyme)’의 유무와 작용 방식의 차이에 있다. 배, 키위, 파인애플 등은 강력한 단백질 분해 효소로 고기를 연하게 만들지만, 우유는 다른 성분을 이용해 조직을 부드럽게 한다.
연육 효과 필요한 부위와 활용

우유 연육법은 특히 닭가슴살이나 돼지고기 목살, 안심처럼 지방이 적어 퍽퍽해지기 쉬운 부위에 효과적이다. 오래 익혀 질겨지기 쉬운 갈비찜이나 불고기용 고기를 재울 때도 유용하다.
또한 육류뿐 아니라 생선이나 오징어 같은 해산물의 잡내를 잡고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 때도 유용하다. 특히 생선의 비린내 주성분인 ‘트리메틸아민(TMA)’을 우유의 카제인 단백질이 강력하게 흡착해 중화시킨다. 조리 전 10~20분 정도만 담가두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안정성의 핵심 ‘효소’의 차이

과일 연육제와 우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백질 분해 효소 ‘프로테아제(Protease)’의 존재 여부다. 파인애플의 ‘브로멜라인(Bromelain)’, 키위의 ‘액티니딘(Actinidin)’, 배의 ‘액티니딘’ 계열 효소는 고기의 단백질 결합을 매우 강력하게 끊어낸다. 이들은 고기의 콜라겐과 엘라스틴 같은 결합 조직을 돌이킬 수 없이 분해한다.
이는 연육 효과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지만, 재우는 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조직이 필요 이상으로 분해된다. 결과적으로 고기의 결이 무너져 식감이 질척거리거나 흐물흐물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
심하면 고기가 곤죽처럼 변하기도 한다. 반면 우유에는 이러한 강력한 효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고기 본연의 탄력과 조직감을 유지하면서 부드러움을 더할 수 있다. 재우는 시간을 엄격하게 맞추지 않아도 실패 확률이 낮아 요리 초보자에게 더 안정적인 선택지가 된다.
잡내 제거와 육즙 보존 원리

우유가 고기 잡내를 줄이는 원리는 흡착과 중화다. 앞서 언급했듯 카제인 단백질이 비린내 성분(TMA)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또한 우유에 포함된 소량의 젖산(Lactic acid) 등 약한 산성 성분이 돼지고기나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 원인인 지방 속 노폐물과 혈액 성분을 중화시킨다.
우유의 유화(emulsion) 성분은 고기 표면을 부드럽게 코팅하는 역할도 한다. 이 지방과 단백질 코팅막은 조리 과정에서 고기 내부의 수분이 급격히 증발하는 것을 지연시킨다.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처럼 고온 건조한 방식에도 고기가 비교적 촉촉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근섬유 풀어주는 방식

우유가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은 효소 분해가 아닌 물리적·화학적 완화 작용이다. 우유에 포함된 카제인 단백질과 지방 입자가 고기의 근섬유 조직 사이사이에 침투한다.
이 성분들이 섬유질 사이의 결합을 물리적으로 느슨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앞서 언급된 젖산(Lactic acid)이 근육의 결합 조직을 아주 미세하게 부풀리고 연하게 만든다. 과일처럼 고기를 과하게 분해하지 않으면서도 식감을 유연하게 개선한다.
우유는 냉장고에 상비된 재료로 별도 손질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간장, 마늘, 향신료 등 대부분의 양념과도 잘 어울려 한식, 양식 조리 모두에 응용하기 좋다. 일반 우유뿐 아니라 무지방 우유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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