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깊은 곳, 소나무 뿌리에서 자란다” 왕실 약재로 쓰였던 ‘이것’의 놀라운 효능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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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재’라 불린 복령
혈당 조절·스트레스 진정 효과

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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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핵(Sclerotium)’은 버섯의 균사체가 미래의 생존을 위해 영양분을 저장하며 덩어리진 일종의 ‘뿌리’ 또는 ‘준비체’다. 우리가 약재로 사용하는 복령(茯苓)은 버섯의 자실체(갓과 줄기)가 아니라, 바로 이 균핵 덩어리다.

주로 고사한 소나무나 참나무 뿌리에 기대어 땅속에서 수년간 영양분을 흡수하며 자란다. ‘복(茯)’은 잠복해 있다는 의미이며 ‘령(苓)’은 신령스러운 기운을 뜻하는데, 예로부터 소나무의 정기가 뭉친 영물로 귀하게 여겨졌다.

복령의 약 90%는 베타-글루칸(β-glucan)을 포함하는 다당체(Polysaccharides)로 구성되며, 이는 주로 면역 체계 조절에 기여한다. 나머지 핵심 성분은 트리테르페노이드(Triterpenoids)로, 항염증 및 항산화 작용과 관련이 깊다.

혈액 순환 및 체내 수분 조절

복령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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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령의 가장 널리 알려진 효능은 혈액 순환 개선과 이뇨 작용이다. 이는 복령의 트리테르페노이드 성분이 가진 항염증 기전과 관련이 깊다.

이 성분들이 체내 염증 반응을 조절하여 혈관 건강을 돕고, 다당체가 신진대사를 지원함으로써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복령의 핵심 효능으로 ‘이수삼습(利水滲濕)’을 꼽는다.

이는 몸속의 불필요한 수분과 ‘습(濕, Dampness)’을 소변을 통해 배출시키는 작용을 의미한다. 몸의 순환이 막혀 수분이 정체되면 부종(붓기)이 발생하기 쉬운데, 복령은 이러한 정체된 수분 대사를 원활하게 만들어 부기를 빼고 결과적으로 체내 순환을 돕는다.

심신 안정과 대사 조절 효과

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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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령은 예로부터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수면의 질이 낮을 때 마음을 안정시키는 ‘안신(安神)’ 약재로 사용됐다. 이 때문에 ‘안심재(安心材)’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특히 소나무 뿌리를 감싸고 있는 중심부의 단단한 부분을 ‘복신(茯神)’이라 부르는데, 일반 백복령보다 이 ‘복신’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더 강하다고 하여 귀하게 취급됐다.

이는 복령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는 진정 효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복령은 당 대사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연구에서는 복령의 다당류 성분이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완만하게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한다.

올바른 복령 건조 및 보관법

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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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령은 채취 후 흙을 깨끗이 털어내고 얇게 썬다. 이를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완전히 건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햇볕에 직접 말리면 성분이 변질되거나 표면이 갈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완전히 마른 복령은 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상온에 보관하면 1년 이상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복령차부터 보양식까지, 간편 활용법

복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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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령을 가장 간편하게 섭취하는 법은 차로 마시는 것이다. 말린 복령 약 10g을 물 500ml에 넣고 20~30분간 약한 불로 달인다. 이때 복령 특유의 흙냄새에 거부감이 있다면 대추나 감초를 2~3조각 함께 넣고 끓이면, 향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단맛이 더해져 마시기에 좋다.

복령 가루(분말)는 다양한 음식에 활용된다. 미숫가루나 선식에 섞으면 구수한 맛을 더하고, 쌀죽에 풀어 ‘복령죽’을 끓이면 소화가 잘되는 보양식이 된다. 쌀가루나 밀가루 반죽에 복령 가루를 섞어 ‘복령떡’을 만들거나, 술에 담가 ‘복령주’로 활용하기도 한다.

땅속의 영양 저장고인 복령은 단순한 버섯의 뿌리를 넘어, 혈액 순환부터 수분 대사, 심신 안정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유익한 성분을 함유한 약재다. 차나 음식으로 꾸준히 섭취하면 현대인의 건강 관리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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