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소독한다고 ‘끓인 물’ 부었다면 당장 멈추세요…수리비 80만 원 날릴 수도 있습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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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C 연화점 72℃
매일 반복하면 이음새 균열

싱크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싱크대 배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오면 끓는 물을 부어 소독하는 사람이 많다.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없애려는 의도지만, 이 방법은 배관에 치명적이다.

대부분 가정의 배수관은 PVC(폴리염화비닐)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 소재는 60~70℃에서 연화가 시작되고 80℃ 이상에서는 변형 위험이 커진다. 100℃ 끓는 물을 반복해서 부으면 배관이 늘어나고 이음새가 헐거워지면서 누수가 발생하는 구조다.

PVC의 정확한 연화점은 Vicat 기준으로 72~82℃다. 한두 번 붓는다고 즉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매일 반복하면 열팽창과 수축이 누적되면서 응력 균열이 생긴다.

수리비는 누수 정도에 따라 5만원부터 배관 전체 교체 시 80만원 이상이 들 수 있다. 배관을 지키는 안전한 청소법을 알아봤다.

72℃ 넘으면 PVC 구조가 반고체로 변해

싱크대 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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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C는 Vicat 연화점이 72~82℃인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이 온도에서 고체 구조가 느슨해지기 시작하면서 반고체 상태로 변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관 내압 강도가 원래 용량의 7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80℃ 이상에서는 변형이 눈에 띄게 시작되고, 100℃ 끓는 물에서는 급격한 연화와 함께 분해까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매일 반복하는 습관이다. 뜨거운 물이 배관을 지나갈 때마다 열팽창이 일어나는데, PVC의 열팽창 계수는 약 5.04×10⁻⁵/℃로 10℃ 온도 변화 시 10m당 약 5mm씩 팽창한다. 이 덕분에 뜨거운 물을 붓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면 배관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면서 응력이 집중된다.

특히 배관 이음새(joints) 부분이 가장 취약하다. 접착제나 실링 부위에 응력 균열이 생기면서 미세한 틈이 벌어지고, 결국 누수로 이어지는 셈이다.

60℃ 이하 미온수에 중성 세제 섞어야 안전

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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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청소는 60℃ 이하의 미온수를 사용하는 게 핵심이다. 온도계로 정확히 측정하되, 손을 담갔을 때 따뜻하지만 뜨겁지 않은 정도가 적당하다. 물을 끓인 뒤 식히는 것보다는 수도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을 그대로 쓰는 게 온도 조절이 쉽다.

중성 주방세제를 섞으면 기름때와 음식물 찌꺼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산성이나 강염기 세제는 PVC 표면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물과 세제를 섞은 뒤 배수구에 천천히 부어 10~15분 정도 방치하면 충분하다. 빠르게 붓지 말고 조금씩 흘려보내야 배관 전체에 골고루 퍼진다.

헹굼은 같은 온도의 물로 충분히 해야 한다. 잔여 세제가 남으면 오히려 배관 내부에 끈적한 막이 생겨 악취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월 1회 관리하면 충분

베이킹소다 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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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재료를 활용한 청소도 효과적이다. 베이킹소다 3큰술을 배수구에 넣고, 그 위에 식초 1컵을 천천히 부으면 중화 반응이 일어나면서 거품이 생긴다. 이 거품이 배수구 내부의 유기물과 기름때를 분해하는 원리다. 15분 정도 방치한 뒤 60℃ 이하의 미온수로 헹궈내면 악취가 사라진다.

이 방법은 월 1회 정도만 해도 충분하며, PVC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다. 반면 락스를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는 배수구에 남아있는 산성 물질과 반응하면 염소 가스를 발생시켜 호흡기를 자극하고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설거지 후 찬물이나 미온수로 배수구를 헹구는 습관만 들여도 악취를 예방할 수 있다. 음식물 찌꺼기를 미리 거르는 것도 효과적이다.

싱크대 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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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C 배관은 72~82℃ Vicat 연화점을 가진 열가소성 소재로, 100℃ 끓는 물을 반복해서 부으면 열팽창과 수축이 누적되면서 이음새에 응력 균열이 생긴다. 한두 번은 괜찮지만 매일 반복하면 누수가 발생해 수리비가 80만원 이상 들 수 있는 셈이다.

안전한 방법은 60℃ 이하 미온수에 중성 세제를 섞어 천천히 붓는 것이다.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활용한 월 1회 청소도 PVC 손상 없이 효과적이다. 온도계로 정확히 측정하고, 이음새 부분을 보호하는 습관이 배관 수명을 늘리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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