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단백질로 떠오른 흑임자”… 고명에서 주재료로, 영양과 활용법 총정리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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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임자의 영양 성분과 ‘검은 단백질’로 불리는 이유

흑임자 빵
흑임자 크림빵 / 푸드레시피

여름철 빙수 위를 장식하는 꾸덕한 크림, 떡이나 빵에 박혀 고소함을 더하는 검은 점들. 지금까지 ‘고명’이나 ‘장식’ 정도로 여겨졌던 흑임자가 식품계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다.

최근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를 타고 흑임자 라떼, 흑임자 프로틴볼 등 현대적인 메뉴가 연이어 등장하며, 이제 흑임자는 ‘검은 단백질’이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얻었다.

얼핏 보면 단순한 검은깨 같지만, 흑임자는 영양 구성과 기능성 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식재료다.

특히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건강한 단백질과 지방 섭취를 늘리려는 이들에게 흑임자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고소한 풍미 뒤에 숨겨진 흑임자의 놀라운 영양학적 가치와 그 잠재력을 100%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숫자로 증명하는 ‘검은 씨앗’의 영양 밀도

흑임자
그릇에 담긴 흑임자 / 푸드레시피

흑임자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영양 성분의 탁월한 균형감에 있다. 미국 농무부(USDA)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볶은 흑임자 100g에는 약 50g의 지방, 18g의 단백질, 그리고 약 23g의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탄수화물 중 약 12g이 식이섬유라는 사실이다.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순탄수화물 함량이 낮아, 당질 관리가 필요한 식단에 이상적이다.

흑임자의 영양학적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뼈 건강에 필수적인 칼슘 함량이 풍부하며, 혈액 생성에 중요한 철분과 에너지 대사를 돕는 마그네슘 또한 다량 함유하고 있다.

특히 백참깨와 흑임자를 구분 짓는 결정적 차이는 항산화 성분에 있다. 흑임자의 검은 껍질에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또한 참깨의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리그난(Lignan) 역시 풍부한데, 이 성분들은 열에 강해 볶거나 가열해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영양 흡수율을 높이는 핵심, 볶고 갈아내기

흑임자
프라이팬에 볶는 흑임자 / 푸드레시피

이러한 풍부한 영양소를 우리 몸이 제대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과정이 필수적이다. 바로 흑임자를 볶아서 곱게 갈아 섭취하는 것이다.

흑임자의 단단한 껍질은 영양소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 역할을 하므로, 통깨 형태로 섭취하면 대부분 그대로 배출될 수 있다.

마른 팬에 중불로 올려 톡톡 튀는 소리가 나고 고소한 향이 올라올 때까지만 살짝 볶은 뒤, 믹서나 분쇄기를 이용해 갈아주면 껍질이 부서지면서 내부의 지방, 단백질, 미네랄의 체내 흡수율, 즉 생체이용률이 극대화된다.

흑임자
흑임자 라떼 / 푸드레시피

이렇게 만든 흑임자 가루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따뜻한 우유나 두유에 타서 꿀을 살짝 더하면 건강한 흑임자 라떼가 되고, 플레인 요거트에 섞으면 포만감 높은 아침 식사가 된다.

빵이나 쿠키 반죽에 밀가루 일부를 대체하여 넣으면, 버터 없이도 깊은 고소함과 촉촉한 식감을 더할 수 있다.

고명에서 주재료로, 흑임자의 무한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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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에 바르는 흑임자 스프레드 / 푸드레시피

흑임자의 쓰임새는 더 이상 떡과 죽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에는 설탕 없이 흑임자 본연의 맛을 살린 스프레드가 인기인데, 통밀빵에 바르거나 샐러리, 파프리카 같은 채소의 디핑 소스로 활용하면 훌륭한 건강 간식이 된다.

밥을 지을 때 불린 쌀에 볶은 흑임자를 한두 스푼 넣어주면 밥 전체에 은은한 고소함이 배어들어 특별한 반찬 없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전통적인 흑임자죽은 여전히 훌륭한 보양식이다. 찹쌀가루와 흑임자 가루를 함께 끓여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면 속이 편안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디저트 영역에서는 생크림에 흑임자 가루를 섞어 휘핑한 흑임자 크림이 케이크나 크래커의 품격을 높여준다.

흑임자 죽
그릇에 담긴 흑임자 죽 / 푸드레시피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보관이다. 흑임자는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공기와 빛, 열에 노출되면 쉽게 산패하여 맛과 영양이 변질될 수 있다.

볶은 흑임자는 반드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가급적 2~3주 내에 소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가루 형태는 표면적이 넓어 산패 속도가 더 빠르므로,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며 한 달 이내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단순한 장식에서 벗어나 우리 식탁의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 잡은 흑임자. 그 고소함 속에 담긴 영양학적 가치를 이해하고 똑똑하게 활용한다면, 우리의 일상 식단은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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