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을 때 상추 대신 ‘치커리’에 싸 먹었더니 건강까지 챙길 수 있었습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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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쌀한 맛에 숨은 놀라운 효능
장 건강 돕는 ‘이눌린’부터 다양한 종류까지

치커리
그릇에 담긴 치커리 / 푸드레시피

여름의 문턱, 주말 저녁 식탁 위에는 어김없이 지글거리는 고기가 오른다. 이때 늘 고기 옆자리를 묵묵히 지키던 상추 대신, 이번에는 특유의 쌉쌀함으로 입맛을 깨우는 치커리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샐러드용 채소로만 여겼던 치커리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면, 온 가족이 그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치커리의 쌉쌀한 맛은 단지 미각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몸에 유익한 기능을 한다는 건강 신호다. 특히 더위로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 치커리는 소화 기능을 돕고 몸에 활력을 더하는 똑똑한 식재료로 재평가받고 있다.

쓴맛의 역설, 건강을 깨우는 이로운 성분

치커리
그릇에 담긴 채소와 치커리 / 게티이미지뱅크

치커리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풍부한 인툴린(Inulin) 성분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치커리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데, 이 인툴린이 핵심이다.

장에 도달한 인툴린은 유익균의 훌륭한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수행하며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가꾼다.

원활한 배변 활동을 돕는 것은 물론, 위에서 소화 및 흡수 속도를 늦춰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천연 인슐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치커리 특유의 쌉쌀한 맛을 내는 락투신(Lactucin)과 락투코피크린(Lactucopicrin) 성분은 소화를 돕고 간의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잦은 회식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로 부담을 느낀 현대인에게 치커리는 단순한 채소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흥미롭게도 치커리는 고대 이집트에서 약용이나 샐러드로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채소다.

일상 식단 활용법과 신선한 치커리 선택 가이드

치커리
끓는 물에 데치는 치커리 / 푸드레시피

치커리는 생으로 먹을 때 그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다. 아삭한 식감과 기분 좋은 쌉쌀함은 삼겹살이나 기름진 고기의 느끼함을 효과적으로 잡아주며, 샐러드에 넣으면 다른 채소와 어우러져 맛의 균형을 맞춘다.

사과나 오렌지처럼 단맛이 나는 과일, 고소한 견과류와 함께 샐러드로 만들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쓴맛이 부담스럽다면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거나 쌈 채소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열을 가하면 쓴맛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단맛이 올라온다.

치커리 샐러드
그릇에 담긴 치커리 샐러드 / 게티이미지뱅크

볶음 요리에 넣거나 된장국에 곁들이면 국물에 깊은 풍미를 더하는 의외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치커리의 활용은 잎에만 그치지 않는다.

뿌리를 건조해 볶으면 카페인 없는 커피 대용차로 즐길 수 있는데, 이는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에서 커피 수입이 막히자 대용품으로 활용하며 널리 알려진 역사적인 음용법이다.

신선한 치커리를 고를 때는 잎의 색이 선명한 녹색을 띠고, 줄기 끝까지 시들지 않고 단단한 탄력이 느껴지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잎이 누렇게 변색된 것은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신호다.

구입 후에는 키친타월로 감싸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수분 증발을 막아 신선함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치커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쓴맛 성분이 강해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가급적 3~4일 이내에 소비하는 것이 본연의 맛과 향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다.

여름 식탁을 위한 건강한 선택

치커리 샐러드
그릇에 담긴 치커리 샐러드 / 푸드레시피

치커리는 더 이상 샐러드 그릇의 평범한 구성원이 아니다. 풍부한 인툴린으로 장 건강을 지키고, 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며, 100g당 20kcal 내외의 낮은 열량으로 다이어트 식단에도 안성맞춤인 다재다능한 채소다.

이번 주말, 늘 먹던 상추 대신 치커리를 식탁에 올려보자. 쌉쌀한 맛이 선사하는 새로운 미식의 즐거움과 함께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건강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쌈 채소를 넘어 맛과 기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똑똑한 식재료로서, 치커리의 가치는 우리 식탁 위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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