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만 찾아오는 바다의 보약…오메가3·비타민D 응축된 겨울철 영양 음식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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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바다의 보약 과메기
오메가3, 생선보다 36% 더 농축

과메기쌈
과메기쌈 / 게티이미지뱅크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포항 구룡포를 중심으로 한 동해안 덕장에는 ‘과메기’가 내걸린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하며 자연 건조시킨 반건조 생선이다.

이 과정에서 생선 특유의 비린내는 줄어들고, 쫄깃한 식감과 응축된 감칠맛이 살아난다. 과메기는 단순한 겨울철 별미를 넘어,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핵심 영양소를 공급하는 ‘바다의 보양식’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원조 ‘청어’와 ‘관목’의 역사

손질된 청어
손질된 청어 / 게티이미지뱅크

오늘날 과메기는 ‘꽁치’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원조는 ‘청어’였다. 과메기라는 이름 자체도 청어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이었던 말린 청어는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는데, 여기서 ‘눈을 꿰뚫는다’는 뜻의 한자어 ‘관목(貫目)’이 경상도 방언으로 변해 ‘과메기’가 되었다.

1960년대 이후 동해안의 청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그 자리를 꽁치가 대체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청어 어획량이 다시 늘면서, 꽁치 과메기의 부드럽고 기름진 맛과 대비되는 쫄깃하고 달착지근한 원조 청어 과메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건조 과정에서 36% 증가하는 오메가3

과메기
과메기 / 게티이미지뱅크

과메기의 가장 큰 효능은 ‘불포화지방산’, 즉 오메가3(DHA, EPA)의 함량이다. 과메기는 건조 과정에서 영양소가 농축되는데,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의 함량이 생물 상태일 때보다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과메기 100g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은 약 7.9g으로, 이는 생꽁치(5.8g)보다 약 36% 더 많은 수치다.

이 성분은 혈관 속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또한 DHA 성분은 뇌세포를 활성화해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발달과 노년층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겨울철 필수 영양소 ‘비타민 D’와 ‘비타민 E’

과메기
과메기 / 게티이미지뱅크

과메기는 햇볕 쬐기 힘든 겨울철에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 D’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비타민 D는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밀도를 강화해 골다공증 예방에 필수적이다.

또한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이와 함께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E(토코페롤)’와 숙성 과정에서 생성되는 ‘핵산’ 성분이 풍부해, 세포의 산화를 막아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숙취 해소와 건강한 섭취법

과메기
과메기 / 게티이미지뱅크

과메기가 겨울철 최고의 술안주로 꼽히는 데는 ‘아스파라긴산’의 역할도 크다. 이 아미노산 성분은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고 간세포를 보호해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다.

과메기를 먹을 때는 흔히 미역이나 다시마, 김 등 해조류와 곁들이는데, 이는 맛의 조화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현명한 조합이다. 해조류의 수용성 식이섬유인 ‘알긴산’이 과메기의 풍부한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과다 흡수되는 것을 막고 배출을 돕는다.

다만, 과메기는 퓨린 함량이 높은 고단백 식품이므로 요산 수치가 높거나 통풍 질환이 있는 사람은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 해풍이 빚어낸 과메기는 단순한 계절 음식을 넘어, 오메가3와 비타민D 등 겨울철 건강을 지켜주는 응축된 영양 그 자체다. 원조 청어의 역사부터 꽁치의 풍미까지, 그 효능을 알고 먹으면 쫄깃한 식감 속 고소함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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