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조개 해감 제대로 하는 법, 소금물 농도와 시간

여름날의 한적한 바닷가, 갯벌이나 모래사장에 난 자그마한 구멍으로 물방울이 보글거리며 솟아오르는 광경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자연의 신호다.
하지만 그 구멍에 고운 소금을 조금 뿌려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잠시의 정적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길쭉한 조개 하나가 쑥하고 몸을 내민다. 이름부터 ‘맛’을 품은 여름철 특별한 별미, 바로 맛조개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속살과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단맛은 바다의 깊은 감칠맛을 오롯이 담고 있다. 구이, 찜, 탕, 무침 등 어떤 조리법과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맛조개의 매력을 파헤쳐 본다.
대나무를 닮은 갯벌의 사냥꾼

맛조개는 분류학상 이치목 죽합과(Solenidae)에 속하며, 학명은 Solen strictus다. ‘죽합(竹蛤)’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길쭉한 형태가 마치 대나무 토막을 닮았다.
보통 길이 10~15cm, 너비 1.5cm 내외의 가늘고 긴 원통형 껍데기를 가졌으며, 갈색빛이 도는 껍데기 안에는 옅은 붉은빛의 부드러운 살이 숨어있다.
우리나라 전 연안의 조간대부터 수심 2m 안팎의 고운 모래나 펄 속에 서식하는 맛조개는 생존의 명수다.
보통 30cm 이상 깊게 구멍을 파고 숨어 지내는데, 강력한 근육질의 발을 이용해 한번 파고들기 시작하면 초속 1cm에 달하는 놀라운 속도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어설프게 잡으려다가는 순식간에 놓치기 십상이다. 맛조개를 잡을 때는 구멍 밖으로 나온 몸통을 망설임 없이 단번에 잡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감칠맛은 올리고 위험은 낮추는 조리법

갯벌에서 막 잡아 올린 맛조개를 요리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과정이 있다. 바로 해감이다. 맛조개가 머금고 있는 펄이나 모래를 토해내게 하는 과정으로, 이를 생략하면 조리 후에도 흙이 씹혀 애써 준비한 음식의 맛을 망치게 된다.
바닷물과 비슷한 농도(물 1L당 소금 2~3큰술)의 소금물을 만든 뒤, 맛조개를 담그고 검은 비닐봉지 등으로 덮어 어두운 환경을 2~3시간 유지하면 깨끗하게 해감할 수 있다.
가장 손쉬우면서도 맛조개 본연의 맛을 즐기기 좋은 방법은 찜이나 구이다.

잘 해감한 맛조개를 찜기에 쪄내거나 불 위에 올려 껍데기가 벌어질 때까지만 살짝 구워내면,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가 된다. 여기에 새콤달콤한 초고추장만 곁들이면 다른 양념이 필요 없다.
조금 더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봉골레 파스타의 주재료로 활용하거나, 마늘과 고추를 넣고 청주를 부어 칼칼하게 끓여내는 술찜도 별미다.
밥을 지을 때 넣어 바다 향 가득한 맛조개밥을 만들거나, 각종 채소와 함께 매콤하게 무쳐내는 맛조개무침 역시 입맛을 돋우는 훌륭한 선택지다.

특히 맑고 개운하게 끓여낸 맛조개탕은 해장용으로 인기가 높은데,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조개류에 풍부한 타우린 성분 덕분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의 연구에 따르면 타우린은 간의 해독 작용을 돕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피로 해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맛조개의 신선한 맛을 온전히 느끼겠다며 생으로 먹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여름철 수온이 상승하면 장염비브리오균의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이를 날것으로 섭취할 경우 심각한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맛조개는 반드시 중심부까지 완전히 익혀서 섭취해야 안전하게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여름 갯벌이 선사하는 특별한 선물, 맛조개. 직접 잡는 즐거움과 뛰어난 맛을 동시에 가졌지만, 그 매력은 안전한 조리법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올여름, 꼼꼼한 해감과 충분한 가열 조리로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긴 맛조개 요리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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