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명물 ‘용가자미’가 사라진다?”… 반 토막 난 어획량, 이제 식탁에서 못 보나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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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수온 상승에 직격탄 맞은 울산 명물 ‘용가자미’

용가자미
바닷속에 있는 용가자미 / 푸드레시피

울산을 방문하는 미식가들의 입을 즐겁게 하던 지역 명물, 용가자미의 어획량에 적신호가 켜졌다.

담백하고 단단한 식감으로 회, 구이, 조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받아 온 용가자미가 최근 몇 년 사이 어획량이 급감하며 지역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전국 유통량의 70%를 책임지던 방어진항의 효자 수산물이 기후변화의 거센 파도 앞에 흔들리고 있다.

납작한 몸에 한쪽으로 눈이 몰린 독특한 생김새를 지닌 용가자미(학명: Cleisthenes pinetorum)는 다른 가자미류에 비해 유독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특히 살이 오르고 알이 꽉 차는 겨울철 용가자미는 동해안이 선사하는 최고의 진미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울산의 식탁과 지역 경제를 책임지던 이 대표 어종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사라지는 ‘울산의 명물’, 통계가 증명하는 위기

용가자미
그릇에 담긴 용가자미 / 푸드레시피

울산수협 방어진위판장의 공식 집계 자료는 위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1년 4,369톤에 달했던 용가자미 연간 어획량은 2022년 3,477톤, 2023년 3,430톤으로 꾸준히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2,329톤까지 곤두박질쳤다.

불과 3년 만에 어획량이 사실상 반 토막 난 셈이다. 이는 2011년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2,377톤)마저 밑도는 충격적인 수치다.

올해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어획량은 1,469톤으로, 이미 최악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적은 양이다. 어획량 감소는 곧바로 지역 경제에 타격으로 이어졌다.

방어진항 전체 위판액에서 용가자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0.4%(142억 원)에 달했으나, 2024년에는 24.6%(91억 원)로 급감하며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깊어지는 바다, 멀어지는 어장

용가자미 회
그릇에 담긴 용가자미 회 / 푸드레시피

장 어민들은 용가자미가 사라진 이유로 ‘뜨거워진 바다’를 지목한다.

수십 년간 방어진 앞바다에서 조업해 온 부창호의 송주영 선주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수심 80m 안팎에서도 그물을 던지면 용가자미가 잡혔지만, 이제는 200~300m까지 내려가야 겨우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 근처까지 원정을 나가도 예전만큼의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어민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이러한 현장 경험은 과학적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국립수산과학원(NIFS)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바다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8.74도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용가자미의 주 서식지인 동해의 표층 수온은 18.84도를 기록하며 역시 역대 가장 뜨거웠다. 차가운 물에 사는 저서성 어류인 용가자미가 급격한 수온 상승을 피해 더 깊고 차가운 바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후변화와 생태주기, 복합적 위기

용가자미
도마위에 놓인 용가자미 / 푸드레시피

다만 전문가들은 어획량 급감이 단순히 기후변화만의 결과는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하며, 복합적인 원인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윤석진 박사는 언론을 통해 “용가자미는 통상 5~6년을 주기로 자원량이 줄었다가 다시 회복하는 생태적 사이클을 보인다”며 “지난해가 주기상 자원량이 감소하는 저점에 해당하는 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윤 박사는 동시에 수온 상승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오른 수온이 용가자미의 서식 수심과 어장 분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특히 개체의 성숙도나 산란량은 수온에 매우 민감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1~2년 내 어획량이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거나 오히려 더 감소한다면, 이는 자연적인 생태 주기를 넘어선 구조적인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경고다.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해의 진미

용가자미 구이
식탁위에 놓인 용가자미 구이 / 푸드레시피

울산 방어진항의 용가자미 어획량 급감 사태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위협이 우리의 식문화와 지역 경제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는 단순히 생선 한 종류가 줄어드는 문제를 넘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어민들의 삶과 지역의 정체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자연적인 회복 주기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남아있지만, 뜨거워지는 바다는 그 희망마저 삼켜버릴 기세다.

울산의 별미 용가자미가 추억 속의 음식으로 남지 않도록, 변화하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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