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 계란, 유통기한 지나도 괜찮은지 직접 확인하는 방법 있습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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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가 알리는 ‘소비기한’의 비밀
여름철 살모넬라균 막는 안전 보관·조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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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위에 올린 계란 / 게티이미지뱅크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 지난 계란 한 줄을 발견하는 것은 흔한 경험이다. 치솟는 물가에 선뜻 버리기 망설여지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이 계란, 먹어도 괜찮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제대로 안다면 식재료 낭비를 줄이고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판매 가능일’과 ‘섭취 가능일’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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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이 깨진 계란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흔히 보는 ‘유통기한(Sell-by date)’은 제조업자가 유통 및 판매를 허용하는 기한이다. 하지만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된 ‘소비기한(Use-by date)’은 소비자가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최종 기한을 의미한다.둘 사이에는 안전을 위한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소비기한 참고값에 따르면, 냉장 보관된 계란의 경우 통상 유통기한이 지나고 25일까지는 섭취해도 안전한 것으로 본다.

즉,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바로 상했다고 판단하고 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단, 이는 껍질이 깨지지 않고 냉장 상태에서 올바르게 보관되었다는 대전제 하에서만 유효하다.

내 눈으로 확인하는 초간단 신선도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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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담근 계란 / 푸드레시피

날짜만으로 불안하다면 간단한 테스트로 계란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물에 담가보는 것이다. 찬물이 담긴 그릇에 계란을 넣었을 때, 바닥에 완전히 가라앉아 옆으로 누우면 매우 신선한 상태다.

오래될수록 계란 내부의 수분이 껍질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증발하고, 그 자리를 공기가 채워 ‘공기주머니(air sac)’가 커진다. 이 때문에 오래된 계란은 부력이 증가하여 물에 뜨게 되는 것이다.

만약 계란이 완전히 물 위로 둥둥 뜬다면, 내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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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담긴 날달걀 / 게티이미지뱅크

껍데기를 깨 보았을 때도 신선도는 드러난다. 신선한 계란은 노른자가 봉긋하게 솟아있고, 그 주위를 둘러싼 흰자(알끈) 역시 점성이 높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반면 오래된 계란은 노른자가 납작하게 퍼지고 흰자 역시 묽게 퍼져나간다. 시큼하거나 유황 같은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은 부패의 명확한 신호이므로 즉시 폐기해야 한다.

유통기한보다 중요한 ‘보관과 조리’의 철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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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안에 있는 계란 / 푸드레시피

계란의 실제 수명은 날짜보다 어떻게 보관하고 조리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안전한 섭취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들이 있다.

첫째, 보관 위치다. 많은 이들이 편리함 때문에 계란을 냉장고 문 쪽 선반에 두지만, 이는 최악의 보관 장소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온도 변화가 가장 심해 계란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고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계란은 온도가 일정한 냉장고 안쪽에, 가급적 구매 시 담겨 있던 포장 용기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때 뾰족한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두는 것이 전문가들의 팁이다.

둥근 위쪽의 공기주머니가 위로 향하게 되어 노른자가 중앙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신선도가 더 오래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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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씻는 계란 / 푸드레시피

둘째, 세척 시점이다. 계란 껍데기에는 살모넬라균을 비롯한 세균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구매 후 미리 세척해 보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계란 껍데기 표면에는 외부 세균의 침투를 막는 ‘큐티클(cuticle)’이라는 얇은 보호막이 있는데, 물로 씻으면 이 막이 제거되어 오히려 껍데기의 미세한 구멍으로 세균이 침투할 수 있다. 세척은 반드시 조리 직전에 흐르는 물에 가볍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가열이다. 이는 식중독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선이다. 특히 살모넬라균 번식이 활발한 여름철에는 유통기한이 넉넉한 계란이라도 날로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중독 예방을 위해 계란을 중심부 온도 75℃에서 1분 이상 가열하여 완전히 익혀 먹을 것을 권장한다. 스크램블, 계란찜, 완숙 프라이 등이 안전한 조리법이다.

현명한 소비, 아는 만큼 건강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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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쪼갠 삶은 계란 / 게티이미지뱅크

계란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를 이해하고, 올바른 보관법과 조리법을 실천하는 것은 고물가 시대에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지혜이자,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날짜의 노예가 되기보다 계란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안전하게 다루는 현명한 소비자의 습관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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