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57mg 담긴 연근
겨울 제철 맞는 진흙 속 뿌리줄기

가을이 되면 연못과 논의 물이 차가워진다. 이때 진흙 속에서 자라는 연근의 마디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수확되는 연근은 겨울철 대표 식재료로 꼽힌다. 뿌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식물의 땅속줄기다.
연근은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에 기록된 오랜 식재료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건강 회복용으로 연근즙을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대부분 연근에 어떤 영양소가 들어있는지, 왜 쇠칼을 피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연근의 영양 성분과 올바른 손질법을 살펴봤다.
위 건강 돕는 두 성분

연근 100g에는 비타민C가 약 57mg 들어있다. 이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50~73% 수준으로, 겨울철 면역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비타민C는 체내에서 콜라겐 합성을 돕고 항산화 작용을 하는 셈이다. 타닌이라는 성분도 함유돼 있어 산화 속도를 억제한다.
연근을 자르면 끈적한 점액이 나온다. 이것이 뮤신이라는 당단백질이다. 뮤신은 위벽을 보호하는 막을 형성해 위 점막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이 덕분에 연근은 소화기 건강과 관련해 전통적으로 사용돼 왔다.
식이섬유도 100g당 4.9g 들어있다. 장의 움직임을 도와 변비 개선에 도움이 되고, 노폐물 배출을 촉진할 수 있다. 칼로리는 100g당 약 75kcal로 낮은 편이다. 단백질은 2.6g, 철분과 칼슘도 소량 함유돼 있다.
고구려 벽화부터 조선 왕실까지, 오랜 식문화

연근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연꽃 문양이 등장한다. 고려시대에는 연을 신성하게 여겼다는 기록이 <고려도경>에 남아있다. 당시 연은 귀한 식물로 취급됐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연근은 실용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는다. 1670년경 작성된 <음식디미방>에는 연근채와 연근적 조리법이 실렸다.
이는 한글로 쓰인 최고(最古) 조리서로, 연근이 당시 반상에 오르던 음식이었음을 보여준다. 18세기 실학서 <증보산림경제>에는 연근 재배법과 성질이 기재돼 있다.
왕실에서도 연근을 중요하게 여겼다. <승정원일기>에는 장렬왕후의 건강 회복 시 연근즙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연근은 영양 보충용 식재료로 오랫동안 활용됐다.
대구 반야월, 전국 생산량 50% 차지

국내 연근 재배는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 시작됐다. 대구 반야월과 신평동 일대가 주산지로 떠올랐다. 현재 이 지역은 전국 연근 생산량의 40~70%를 차지한다. 시기와 조사 기준에 따라 비율이 다르지만, 국내 최대 산지임은 분명하다.
대구가 연근 재배에 유리한 이유는 토양과 수로다. 금호강 주변은 늪지대였던 지형으로, 유기질이 풍부한 점토가 분포한다. 이런 토양에서 자란 연근은 당도가 높고 식감이 좋다. 금호강 수로망이 발달해 물 관리도 용이하다.
1998년에는 반야월 작목반이 조직되며 산업화가 시작됐다. 2003년에는 비닐하우스 속성재배 기술이 개발돼 수확 시기를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이 덕분에 조기 출하가 가능해지고 생산량도 증가하는 셈이다.
쇠칼 피하고 식초물 담그기

연근은 공기에 닿으면 빠르게 갈색으로 변한다. 특히 철분과 접촉하면 산화 반응이 가속화된다. 손질할 때는 쇠칼이나 쇠냄비 사용을 피해야 한다. 나무칼이나 도자기칼을 쓰는 게 좋다.
껍질을 벗기고 썬 뒤에는 즉시 식초 탄 물에 담근다. 식초의 산도가 철 이온을 격리시켜 산화를 억제하는 셈이다. 10~20분 정도 담가두면 색이 하얗게 유지된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요리가 끝났을 때 검은빛을 띨 수 있다.
떫은맛이 신경 쓰인다면 데치기를 추가한다. 끓는 물에 2~3분 데친 뒤 찬물에 10분 정도 우려내면 타닌이 제거된다. 반면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고 싶다면 데치지 않고 바로 조리하면 된다.

보관은 상태에 따라 다르다. 통연근은 흙을 털지 않은 채 종이나 비닐로 감싸 서늘한 곳에 둔다. 손질된 연근은 식초물로 헹군 뒤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1~2주 내 섭취하는 게 안전하다.
연근은 비타민C 57mg과 뮤신을 함유한 겨울 제철 뿌리줄기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수확되며, 수온이 내려갈 때 마디가 굵어지는 셈이다. 식이섬유 4.9g이 들어있어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손질할 때는 쇠칼을 피하고 식초물에 담가야 갈변을 막을 수 있다. 통연근은 흙을 제거하지 말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손질 후에는 냉장 보관이 필수다. 대구 반야월산은 유기질 점토에서 자라 당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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